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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드에서의 하루

하이아칸 Lachesis 2010-07-21 19:36 1729
Lachesis님의 작성글 8 신고

 

어두운 여관방안.

들어서자마자 반기는건 아늑함이 아닌 퀘퀘묵은 먼지냄새와 몸이 시릴정도로 차가운 냉기였다.

조금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닭냄새는, 이곳이 클라드의 여관. '클라드에서의 하루' 라는것을 말해주고 있었고 낡은 가구들은 이 여관방의 시설이 그닥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방안에는 싱글사이즈의 침대 두개가 협탁을 사이에 둔채 놓여있었으며 각 침대에는 두 남자가.... 아니, 한 남자와 한 남장여자가 앉아있었다.

 

 

"하아, 그 빌어먹을 여관주인은 난방도 안틀어주고ㅡ, "

 

 

연신 코를 훌쩍거리던 막시민이, 자신의 붉어진 코만큼이나 볼맨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낡아빠진 코트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돌돌말려 구겨질대로 구겨진 휴지를 꺼내 다시금 코를 푼다.

세검에 샤프너를 바르던 이스핀이 그 소리에 놀라 세검을 떨어트린다. 다시 주운 세검은 찌르기 2가 감소되어 있었다.

 

 

"이게 방인지, 밖인지.. 보니까 손님도 우리밖에 없는것 같던데. 그래서 안틀어주나. "

 

 

이스핀이 짜증스럽게 세검을 만진다.

 

 

"돈을 받았으면 그 돈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할것 아냐. 훌쩍, 이럴거면 차라리 노숙을 할텐데. 저번에 보니까 '어거스트의 잡화점' 뒤로 폐가가 하나 있던데 도대체 거기나 여기나 다를게 뭐야"

 

 

길다. 막시민의 말이 길다...

 

 

"모포만 빌리면 딱이겠구만. 싫다고 왜 난린지. 듣고있어, 이스핀? 진정한 남자라는건 말이지. 추운 한겨울에도, 훌쩍. 냉수마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안타깝지만 전 여자라 진정한 남자같은 타이틀은 필요없는데요'

따지고싶지만 냉정을 가지고 참아본다. 그치만.

 

 

"생긴것도 기생오라비같이 여리여리해서는, 훌쩍. 피부도 히끄무리해가지고 그래서 전사라고 할수있어? 훌쩍.

 

 

막시민의 말이 도통 끈날 기색을 보이질 않자, 튼튼하고 팽팽하기 그지없던 이스핀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아마 추운 방안과 실패한 세검탓이 컸으리라.

 

 

"코나 훌쩍이는 주제에 쫑알대지 좀 마. 노숙했으면 먼저 얼어죽었을건 너면서 왜이렇게 투덜대? 게다가 다른마을 여관가자고 했을때 돈아낀답시고 여길 우겼으면서 가난뱅이주제에 그만 떠들..."

 

 

조금 이상한 낌새에, 말을 멈췄다. 막시민이 살짝 등을 돌린채 앉아있어 보이진 않지만 이스핀의 예리한 직감은 막시민의 한쪽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는 것을 알아챘다.

조금 위험하다.

말빨로는 져본적 없는 그녀건만 이 사내는 도통 이길수 없었다. 훤칠한 키와 체구로 어찌나 마을 아주머니처럼 따박따박 따지는지-. 걸걸한건 목소리뿐만아니라 입담도 상당했다.

조금 긴장한 이스핀이 세검을 다듬는 척하며, 막시민의 눈치를 힐끔 본다.

 

 

"어,... 가, 가난뱅이란 말은 취소."

"취소?"

 

 

평소에 장난기짙고 투덜투덜대던 목소리와 다르게 진지한것 같아.

큰일이다.

 

 

"으응, 그러니까 말이 잘못나왔는데,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돈 때문에 고생할 필욘 없달..까"

 

 

순간 막시민의 커다란 등이 조금 움직인다싶더니, 몸을 살짝 틀어 이스핀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앉는다. 평소에 자주보던 심술궂은 그 눈빛이 아닌 사뭇 진지한 눈빛. 이스핀은 본능적으로 움추린 몸을 뒤로 뺀다.

알게 된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워낙 소탈하고 거리낌없는(다르게 말하면 무례한) 남자라 조금은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건드려선 안되는 부분도 있었던건가싶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여관방안. 상대는 그녀를 남자로 알고있고, 이스핀 역시 남자 흉내에 있어서 부족함은 없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생물학적으로 그녀는 여자.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전투와 사냥으로 단련된 그에게서 맞기라도 한다면, 분명 당분간 일어서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녀의 실력이 수준높다하더라도 검을 쓰지않은 완력으로는 질수밖에 없을테다.

 

'칼을 쓸까? 아니, 그건 안될말이다. 상대는 맨손인데 그건 비겁해. 그렇다고 그냥 맞아?'

 

아직 자신의 조국, 오를란느 공국에 대한 정보수집일을 시작도 못한 상황인데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런 치명타는 큰 타격이 될수있다. 뿐만아니라 막시민이란 사내. 기대치도 않았는데 꽤나 일에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남자다. 이런 상황으로 그를 놓친다는건  얼마나 우둔한 일인가.

그리고.. 조금 외로울것도 같고.

 

그러는 사이, 막시민이 커다란 손을 들어 자신의 코트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한차례 무언가를 찾는듯하다.

싸운다면 맨손일거라생각했는데 혹시 총이라도 갖고있었나?

그럴지도 모른다. 상대는 막시민이다. 어둠의 이면같은건 아주 잘 알고 있을것만 같은 막시민..

총이면, 칼을 써도 승산이 없을텐데-.

 

그러던중  주머니안에서 헤매던 하던 막시민의 손이 멈춘다.

아, 이건 진짜 위험해.

 

 

"여,여,여관비는 내가 다 낼게!!"

"팽------------"

 

 

 이렇게 죽는거.......응?

근데 총소리가 이랬었나?

질끈 감은 두 눈중 왼쪽눈을 살짝 떠 올려다보니 막시민이 코를 풀고 있다.

아-. 찾고 있던건 휴지였나.

서서히 이스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 장면을 막시민이 놓칠리

 

 

"뭐라고? 킁"

 

 

없지

 

 

"아닙니다"

"갑자기 왠 존댓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꺼주세요."

"왜 얼굴을 감추고 그러냐? 뭐야, 방금 뭐 있었어?"

"아니요, 슬슬 자는게 좋겠죠. 불끄겠습니다."

"코푸느라 못들었어. 뭐했는데 그래? 방귀라도 꼈어?"

"무,무례한!!!"

"무례? 무슨 왕족도 아니고. 무례하다라는 단어를 쓰는 서민인 니가 더 무례해."

"......"

"그래, 자자, 자. 하여튼 기집애같이 오버하는덴 뭐 있어"

 

 

협탁으로 불을 끄러 다가오던 막시민이 커다란 손을 들어 이스핀의 보라색 머리칼을 헝클인다.

 

 

"또 악몽 꿧다고 질질 짜면 이번엔 진짜로 훌쩍, 여자취급한다."

 

 

막시민이 불을 끈다.

스륵스륵 거리는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막시민이 침대에 누운듯하다.

멍하니 않아있던 이스핀도 곧 침대로 들어간다.

 

아아-. 불을 꺼서 다행이야.

 

 

 

 

이불과 머리칼사이로 살짝 붉어진 이스핀의 뺨이 언뜻 보이는것 같다.

 

 

".....내일은 내가 여관비 낼게...."

 

 

조금 용기내, 중얼거리는 이스핀의 목소리가 창문밖으로 낮게 우는 벌레소리와 함께 방안에 울린다.

하지만 막시민의 대답대신 들리는건,

 

 

"크르렁ㅇ----"

 

 

감기걸린 막시민의 코고는 소리.

 

 

 

여기는 클라드에 위치한 여관,  '클라드에서의 하루'

조금 이른 새벽녘, 2층 제일 안쪽방에서 들리는건.

창밖너머 낮게 우는 벌레소리와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 그리고 살짝 낮은 여자의 웃음소리였다.

 

 

전체 댓글 :
8
  • 란지에
    네냐플 SHK국민
    2010.11.14
    아, 너무너무 귀여워요-샤프너의 실패. 순간 제가다 움찔했습니다!!
  • 조슈아
    네냐플 회색괭이
    2010.08.05
    우와아 걸작이네요 +_+ 찌르기2 감소는 안돼!
  • 조슈아
    네냐플 Story*
    2010.07.24
    하하.. 귀엽ㅋ
  • 나야트레이
    네냐플 란스트
    2010.07.23
    츠..츤..?! 잇핀 귀엽 ㅋㅋ 여러가지 오해 ㅋㅋ 막군도 상당히 ㅋㅋ
  • 보리스
    네냐플 마시멜로∂
    2010.07.23
    아악ㅎㅎ;;너무 귀여워요 이분들ㅎㅎ악 어떻해ㅎㅎㅎㅎㅎㅎㅎ(...죄송해요 막시이스지지자라...)
  • 나야트레이
    네냐플 탐정
    2010.07.22
    샤프너가 실패하다니...!
  • 란지에
    네냐플 MagiC
    2010.07.21
    찌르기가 2 감소되었다니, 이게 무슨소리야! 오랜만에 왔는데 재밌는거 보네요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0.07.21
    푸핫 막군느므느므 귀여워요 ㅋㅋㅋ 너무너무 잘쓰셨네요!!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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