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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새벽빛에 잠기는 길#13

네냐플 갈래귀 2010-05-09 20:40 564
갈래귀님의 작성글 2 신고

드디어 르노아의 날이 왔다.

 

아나벨은 이 날을 어찌나 기다렸는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그녀는 일어나기가 싫은 사람이 예의 그

 

러듯 꾸무럭꾸무럭 이불속에서 뒹굴었다. 르노아의 날이겠다, 아침따위 걸러버리지, 뭐.

 

창밖에서는 여름이 그 짓을 따라하고 있었다. 물론 여름에게는 마땅히 이불이랄게 없었지만.

 

여름은 하품을 쭈욱 해서 바람을 일으켰다. 아나벨도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뒹굴뒹굴 꾸물럭 꾸무럭 뭉기적 거리던 아나벨은 결국 화장실에 가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서야 일어났다.

 

여름은 그러나 여전히 그 짓을 그만둘 기미가 없어보였다.

 

 

 

아침을 못먹기는 했지만 실컷 잤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수다떠는 다른 빌라 여자아이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표지를 잃어버렸다며 표지를 빌려달라고 여기저기 부탁하러 다니는 금발소년, 아침부터 가벼운 몸

 

싸움으로 몸을 푸는 소년들, 뭔가를 가르쳐주는 소년 곁에 모여든 다른 소년들…….

 

빌라에 돌아온 아나벨은 코를 킁킁댔다.

 

새콤달콤한 냄새가 빌라로 돌아오자마자 풍겨왔다.

 

거실에 티치엘이 혼자 앉아 뭔가 애를 쓰며 끙끙대고 있었다.

 

"어? 아나벨."

 

"뭐해?"

 

"아아, 보다시피, 이걸 적당히 얼리려고 하는데 그다지 잘 되지가 않아서…."

 

어디서 가져왔는지 티치엘의 컵에는 오렌지 주스가 가득 담겨있었다.

 

"이걸 얼리려면 너무 얼어서 컵에서 나오지도 않고, 어떻게 해서 빼놓으면 먹기는 커녕 혀를 대자마

 

자 혀가 딱붙어서 혀에 동상걸리고 말고, 게다가 꺼낼 때 주변에 얼음조각이 흩어지고……."

 

티치엘은 주변에 널려있는 주황색 파편들을 가리켰다. 세상에, 어찌나 얼었는지 아나벨이 만져도 녹

 

기는 커녕 그냥 겨울내내 물속에 있었던 돌맹이 같았다.

 

"어떻게 조금 모아서 녹였는데, 온도조절이 잘 안돼서 녹이는 것 까진 되는데 '적당히' 얼린다는게 너

 

무 힘들어서……."

 

"너 아이스크림 만들게?"

 

마법사들이 가끔 만드는 아이스크림은 꽤 비싸게 팔렸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데다, 여름에 한정

 

되다시피 한 수입이라 프리미엄을 무척 붙여댄다. 그래서 대개는 부유한 상인, 귀족이 아니면 먹어보

 

기도 힘들다.

 

"응, 우리 아빠가 가끔 만들어 주셨는데, 어떻게 만드는지는 잘 몰라서."

 

"근데 오렌지 주스로 떠먹는 아이스크림 만들면 별로 맛 없을텐데?"

 

"맞아. 그래서 딱딱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너무 얼어서 컵에서 떼내기도 힘든 정도는 너무하잖아."

 

"그렇네."

 

그때 밀라와 이스핀이 들어왔다.

 

"악! 뭐가 발바닥에 박혔잖아! 으앗, 따가……!"

 

"미안해!"

 

얼어붙은 오렌지 주스 파편에 발을 찔린 이스핀이 주저 앉았다. 다행히 그곳엔 파편이 많이 없었다.

 

그 파편을 다 치우고, 아나벨과 티치엘은 자초지종을 말했다.

 

"아, 그래서 파편이 널렸던 거야?"

 

"응."

 

"아 만들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거 마법사들이 엄청 프리미엄 붙인다더라? 그거 싸게 먹을 기회였는

 

데……."

 

"나 만들 줄 알기는 해."

 

"아나벨 네가?"

 

푸념하던 밀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나벨이 크로아첸 지방에서 하녀 노릇 하던 때, 여름에 그런것을 만들곤 했던 것이다.

 

물론, 그녀와 다른 하녀가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뒤, 요리사의 손에서 장식까지 거친 아이스크림이

 

고이 아나벨의 입에 들어갈 리가 없기는 말할필요도 없었다.

 

그거야 늘 후작가족의 입으로 들어갔고, 아나벨은 떠내고 남은 조금이라도 맛보는 정도였다.

 

손님 접대를 할 때에는 어마어마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야 했는데, 어느 끔찍하게 손님이 많은 연회

 

를 열 적에, 아나벨은 연회에 온 손님들이 후작가족에게 준 선물을 옮기다가 쓰러져 이틀후에나 몸을

 

추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얼리는 마법을 많이, 오랫동안 시전하다 보니 결국 탈진해 버렸던 것이다.

 

 

 

"난 만드는 법은 아는데, 재료는 몰라."

 

재료 모르기는 네 사람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넷은 머리를 싸매고 종이에 재료로 추정되는 것을 써내려갔다.

 

 

 

바닐라 빈("바닐라 아이스크림 만들게?"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다는…."),

 

생크림("그게 들어가던가?" "아닌가?" "그럼 맛없는 생크림 말고 아주 맛있게 만든 걸로 쓰도록 하

 

자."),

 

커스터드 크림("그게 들어가?" "몰라. 부드럽지 않을까?")

 

초콜릿 시럽("초코아이스크림 만들게?" "모르잖아. 혹시.")

 

설탕("어쩐지 필요할 것 같은데?" "아주 신빙성 있어보여")

 

꿀("양자택일 해. 꿀이나 설탕중에." "꿀이 감칠맛도 나고 괜찮지 않을까?" "몰라. 이따 얘기하자.")

 

우유("그거 무지 필요할거 같은데?")

 

기름("이거 좀 아닌거 같은데?" "녹은 거 보니까 약간 기름기가 있어 보이던데?" "난 찐득해 보이기만

 

하던데." "혹시 버터아냐? 버터도 기름이잖아? 잘 몰라도 말야……." 그래서 그들은 기름을 지우고 버

 

터를 써넣었다.)

 

 

 

"……."

 

그들은 그들이 써놓은 목록을 보면서 할말을 잃었다.

 

"그냥 얼음이나 얼려먹자."

 

"그냥 오렌지주스나 적당히 단단하게 얼려먹으면 안될까?"

 

다들 동감이었다.

 

결국 그들은 써 놓은 보람도 없이 1시간 후, 오렌지주스를 대충 얼려 놓은 것을 와작와작 깨먹고 있

 

었다.

 

아랫마을로 가서는 오렌지 주스를 충분히 사서 돌아왔다.

 

"뭔가 허무하다."

 

"괜찮아. 이것도 아이스크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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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왜 이렇게 지루한 전개가 계속되는거야! 써놓은 스토리를 고수하고 있더니…….

전체 댓글 :
2
  • 클로에
    네냐플 마법사초
    2010.05.16
    티치엘공격 하나늘엇내요. 아이스크림 던지기 딱딱해서 돌하고 비슷할듯
  • 보리스
    네냐플 마시멜로∂
    2010.05.10
    뭐...쥬스가지고는 슬러시밖에 안될듯;; 저으면서 얼리면 대충 슬러시는 나오지 않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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