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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엔 별일 없었나요"
"왕비님께서 네 안부를 묻더구나. 조만간 왕비님을 찾아 뵙거라"
"네 아버지"
응접실에서 나와 아버지는 홍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하루 일과 중 하나랄까
난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응접실을 빙 둘러봤다
섬세하게 채색된 벽지에 값비싼 목재들로 만든 가구들.
아버지가 앉아있는 뒤쪽은 벽면 전체가 창문이어서 창문틀 사이사이로
석양이 방 안으로 은은히 붉게 스며들어왔다
"사실 오늘 성에 간건, 너의 약혼 문제 때문이었다"
"네?"
"몇일 전 아르님가에서 너와 조슈아의 약혼을 제의했거든"
아버지는 티스푼으로 홍차 안에 있는 레몬을 휘휘 저으시며 말했다
"조슈아라면 지금 하이아칸 왕국에 머물고 있지 않나요?"
"그래 7년전에 갔었지.얼마전 본국으로 돌아왔다 하더구나. 너와는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지"
"네. 하지만 만약 아르님가와 약혼한다면 다른 귀족들이 탐탁치않아 할텐데요"
"그래.아노마라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 두 집안이 손을 잡는다면 실로 그 힘은 막강해지겠지
왕족들도 경계할정도로 말이야"
난 들고 있는 찻잔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약혼 제의가 들어오고, 매일매일 값비싸고 귀한 것들이 선물로 온다
이젠 선물 보관 방을 따로 마련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약혼에 관해 먼저 말을 꺼내신 적이 없었다. 신경을 안쓰씨는것처럼.
그런데 이렇게 먼저 말을 꺼내시다니. 조슈아공과의 약혼 제의를 기다리셨던 모양이다
아노마라드 귀족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르님가
그 후계자라..아버지가 다른 약혼자들을 제쳐두고 원하실만하다
하지만 쉽게 성사될 일은 아닐테니 좀더 기다려야겠지
"아버지 전 이만 볼 일이 있어 실례할게요"
"그래 그러려무나"
난 아버지께 가볍게 인사하고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응접실을 나오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티리아가 날 맞이했다
"아가씨 어디 가실건가요?"
"응 오늘 밤 성 안에서 가면무도회가 있거든. 서둘러서 준비해야겠어"
"평소 연회를 즐겨하시지 않는 아가씨지만 가면무도회는 괜찮으신가보네요"
세티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가면무도회는 처음이니까. 오늘은 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나 혼자 돌아다니고 싶어"
"네 아가씨"
가슴과 등이 둥그렇게 파인, 붉은 와인색의 벨벳가죽으로 만든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깃이 긴 검정 장갑을 썼다. 구두는 금으로 장식된 샌들을 신고
물방울모양의 진주귀걸이와, 조그마한 루비가 달린 체인목걸이를 걸었다
풀어헤친 머리는 말끔하게 모아 틀어올려 장식핀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란색 계열로 채색된 가면을 쓰고 거울을 바라봤다
내 자랑이었던 풍성한 금발머리를 묶고, 눈만 보이는 가면을 쓰니
누가 봐도 클로에란 아가씨를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다
댄스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홀 중앙 천장엔 커다란 샹들리에가 있고, 그 중심으로 작은 샹들리에들이 원형으로 달려있었다
왼쪽엔 연주자들이 모여 있고, 오른쪽엔 뷔폐가 마련 되있었다
오랜만에 열리는 가면무도회라 그런걸까
모두들 남들보다 더 튀고 싶어 하는듯 화려하게 차려입고 화려한 가면들을 썼다
혹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가면을 쓴 사람들이 누가 누군지 구분을 못했다.
모두 가면을 써서 얼굴이 가려져있는데도 가면에 그 사람의 감정이 베여 있는 것 같았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남자와 속닥거리는 여자의 가면은 매혹적으로 보이고,
옆 사람들 대화에 끼지 않고 다른 곳을 응시하는 남자의 가면은 무언가 멍해 보였다.
잔잔했던 연주가 조용해지고 이윽고 경쾌한 왈츠 연주가 시작됐다.
난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에 놓여진 쇼파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봤다.
남자는 주변에 있는 여자 중 한명을 골라 정중한 자세로 춤을 신청하고,
여자는 남자가 내민 손을 우아하게 잡는다.
남자는 한쪽 손을 여자 허리에 ,여자는 한쪽 손을 남자 어깨에 놓고
남은 한쪽 손은 서로 마주잡는다. 남자가 여자를 리드하기 시작하면 여자는 그에 맞춰 따라간다
다른 커플과 부딪치지 않게 잘 피하면서, 음악에 몸을 맞긴 채 춤추는 사람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으신지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전에 연극에서 봤던 보기 드문 은발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턱시도를 입어서 못 알아 볼 뻔 했는데, 연극 때 썼던 가면을 써서 한 눈에 알아봤다
연극 배우는 보통 신분이 낮은데, 이 무도회에 어떻게 들어온거지.
너무 귀티가 흘러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걸까.
"추는것보단 보는것을 좋아해서요"
내 말에 웃음을 지은듯 남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저와 함께 추시겠습니까"
남자는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춤을 출 생각으로 여기 온게 아닌데...더군다나 난 남자와 춤을 춰 본 적이 없다.
사교연습으로 춤을 배우긴 했지만. 그땐 여자와 춰본것인데...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춤을 신청하더라도, 그에 응해주는게 숙녀의 예의니까...
"기꺼이"
난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가까이 서보니까 남자의 키가 의외로 컸다.
남자는 나의 허리를 부드럽게 잡았다 .순간 뭔가 깜짝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은채 남자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남자는 춤을 많이 춰본 듯, 능숙하게 날 리드했다.자연스럽게 내 몸이 따라가졌다
"능숙하신걸 보니, 많은 경험이 있으신가 보네요"
"전 아무 숙녀에게 춤을 청하지 않습니다. 숙녀분처럼 아름다운 분께만 청하지요"
남자는 내 귀 가까이 얼굴을 대고 속삭였다.남자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럽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눈이 상당히 높으시네요 훗"
난 살짝 미소지어 답했다
"연극할때 저를 무척 뚫어지게 바라보시더군요"
남자의 말을 듣고 순간 멈칫했는데, 남자는 능숙하게 스탭이 꼬이지 않게 날 이끌어줬다
"혹시 이 무도회에 오시지 않을까 해서 기다렸는데. 전 운이 좋은 남자인가 봅니다"
극장 좌석 중 무대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앉긴 했지만
무대에서 관람석에 누가 앉았는지 알아보기엔 먼 거리다
더군다나 난 지금 머리도 묶었고 가면을 썼다..어떻게 알아본거지..
"연기에 무척 소질이 있어보였어요. 당신은 다재다능한 남자로군요
춤도 이렇게 잘 추고, 여자도 잘 구슬릴줄 알고 말이에요"
"과찬이십니다"
왠지모르게 빨려들어갈듯한 눈을 가진 남자,남자도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한 남자다..
얼마나 춤을 췄을까. 남자가 갑자기 춤을 멈췄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연주가 끝났고 우리 둘은 홀 중앙에 서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우리의 춤을 지켜보았는지 둥그렇게 모여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느 가문의 아들 딸들이실까"
"정말 아름다우신 분들이야"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허리숙여 인사한뒤, 내 손을 잡고 원래 내가 앉아있던 쇼파로 데려다줬다
"춤 즐거웠어요."
남자에게 인사하자, 남자도 허리숙여 인사했다
"영광입니다"
남자는 미소를 지은 뒤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일은 겨울이 찾아오겠죠....언젠가 또 만나뵐 수 있기를.."
남자는 귀에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뒤 돌아서 유유히 홀안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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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안드로메다※2010.06.01너무 재미있어요~ ^^~ -
네냐플 예능꼬꼬마、2010.04.03니아스카님 아마도 이말은 계절이아닌 상황이라던가 처지 같은말로 말한게아닐까 싶은데요; -
네냐플 니아스카2010.03.28겨울이라니요 1화때 분명히 봄과여름사이라고 했는데..담편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