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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비크로 가는 배를 타고 있던 소녀는 침대에 엎드려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집중하기 위해 손가락에 붉은 머리카락을 감고 있었다. 이층 침대의 밑층에 있는 침대인지라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그녀의 표정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언뜻 보면 무표정이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무표정이 아닌 다른 표정이었다.
" ...모르겠어요. "
그녀는 대꾸하듯 중얼거리고서 침대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무표정의 소녀는 사라졌지만 쾌활한 인상의 얼굴에 남은 묵직한 감정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불도 덮지 않은 채 가는 팔로 시야를 가렸다. 흔들리는 옅은 등불에서 새어드는 빛은 이미 그림자에 가려져 앞이 거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조금의 빛도 ** 않겠다는 듯이. 죽음을 앞두고 반성하는 죄인처럼.
*
" 어디로 가세요? "
17살의 숙녀인 티치엘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밝게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바닷바람이 그녀의 아름다운 플라티나 블론드를 흔들고서 지나갔다.
" 나르비크요! 당신은요? "
소녀는 티치엘과는 달리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저도 같아요. 당신에게는 관광지로서는 오히려 페리윙클 섬이 좋을 듯 했는데, 제가 틀렸군요. 나르비크에는 왜 가시죠? "
" 아버지가 급한 일이 생기셔서 블루 코럴 섬에서 나르비크로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쪽의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
그녀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이윽고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바닷바람을 타고서 흘렀다.
" ...아나시카. "
*
" 아나시카, 즐거웠어요. "
티치엘이 배에서 내리는 도중 가방을 두 손에 들고 낑낑대며 말했다. 티치엘의 말에 아나시카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짐을 배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나시카는 자신의 짐도 내리며 부둣가에서 티치엘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 왜 그녀를 붙잡지 않지, 아나시카? 사실은 그녀같은 친구를 애타게 원해왔으면서. 어째서 거짓말을 하는 거지? ]
누군지 모를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자 아나시카는 짧게 대답했다.
" 내 일이야, 상관 마. "
[ 네 일이 아냐! 우리 둘의 일이지. 왜 붙잡지 않았지? 울면서 매달려. 나를 사랑해주세요, 나를 보아주세요, 라고! 왜, 그 아이는 네가 가질 수 없는 '영광'을 가진 아이라서?! ]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날카로워지더니 급기야 귀를 찢는 소리처럼 변해갔다. 아나시카는 얼굴에 짜증을 한순간 담았다가 다시 무표정을 담았다. 그리고 허공을 검 하나가 베었다.
" ...상관 말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을 무시하더니 아주 좋은 꼴이 났구나? 다음에 더 한 번 귀찮게 굴면 '그'에게 던져줄 수도 있어. 가엾기도 하지. 악에 받혀서 추악한 꼴로 소리나 꽥꽥 질러대는 그 꼴이란. "
" 이야, 그래도 부정하지는 않는 군요! 전 그래서 당신이 좋아요. 솔직한 것. 언제나 당당한 게 자신의 장점이란 건 알고 있으시려나? 그렇죠, 공주님? "
짝짝, 하고 짧고 크게 박수 소리 두 번이 들렸다. 아나시카는 검을 검집에 꽂아놓고서 작은 가방을 어깨에 대충 걸쳐매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오렌지빛 머리카락에 능글맞은 표정, 별 희귀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를 보며 아나시카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아아. 자네였나, 장사꾼. "
" 네! 저는 고귀한 베테랑 여행자... "
" 롱소드 굿나이트. 허구한 날 잡담은 집어치우고 말이나 해. 지금 열받아서 때려 부수고 싶으니까. "
" 어머나, 무서우시기도 해라. "
롱소드가 전혀 무섭지 않은(심지어 우습다는) 표정으로 몸을 사리며 말했다. 그리고서 날아오는 아나시카의 주먹을 허리를 숙여 피하면서 말했다.
"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그래, 제게 약속하셨던 대로 오셔서 매우 기쁩니다. 아나시카 님께서 제 의사를 존중해 주셨으니 이제 저도 물건을 꺼내놓기로 하죠. 하지만 아나시카 님, 저는 매우 도도한 상인이랍니다. "
" 상인 주제에 도도하고 말고가 어디있어. 어이가 없군. 요구하고 싶은 게 뭔데? "
아나시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롱소드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새하얀 치아가 고르게 드러났다.
" 무대에 올라선 사람은 당신만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영광을 훔친 아이도 무대에 올라설 준비를 하고 있죠. 물론 그녀의 의사가 아니었지만. 당신도 아시잖아요? 무희는 자신의 의사가 아닌 주인의 의사에 의해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들 역시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기도 하고. 당신은 주연이지만 주인이 당신만이 올라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서는 무대가 초라해질 뿐. 설사 관객은 주인 하나뿐이더라도 배우들은 그를 만족시킬 의무가 있으니. "
" 난 말을 길게 끄는 걸 싫어해. "
" 그래도 들으시죠, 공주님. 언젠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거니까. 하여튼 간에...지금 당신은 '영광을 훔친 아이'와 '숙명을 짊어진 아이'에겐 관심이 없으시겠죠. 네, 물론 공주님께서 원하시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압니다. 고객이 원하는 걸 아는 게 장사꾼의 의무니까. 그렇지만 이 넓은 아노마라드에도, 눈이 가득한 렘므에도, 황야의 트라바체스에도, 남부의 따뜻한 휴양지들과...필멸의 땅까지 통틀어 당신이 찾는 물건은 이 롱소드 굿나이트에게만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대륙에 하나뿐인, 당신에게 제일 필요한 물건을 헐값에 팔아 넘길 수는 없는 거죠. "
" 그래서 댓가가 뭐냐고 물었어. "
" 대화의 주도권은 제게 있습니다. 그건 깨지기 쉽습니다. "
롱소드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우며 싸늘하게 말하자 아나시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주도권을 잡고 있는 쪽은 자신이 아니었다. 롱소드는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 댓가는 금전이 아닙니다. 장사꾼에게 필요한 건 금이지만 전 여행자이기도 하거든요. 여행자란 작자들은 금이 꼭 필요하진 않아요. 저희에게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네. 재미입니다. 저는 주인님을 따르는 착한 시종이랍니다. 그리고 시종은 무대를 더욱 더 재미있게 꾸며야만 하는 의무가 있지요. "
" 네가 그 주인이라면? "
" 장광설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
롱소드가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아나시카는 그렇군, 하고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나서 팔짱을 끼고서 대화를 나눌 태도를 갖추었다. 그러나 롱소드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본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선택을 잘못했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롱소드는 그녀를 배려했다.
"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아직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있지 않거든요. 당신에게 그것을 줄 날까지, '영광을 훔친 아이'를 곁에서 서포트하십시오. "
아나시카는 얼굴을 볼품없이 구겼다.
" 내가 시간이 없다는 것은 장사꾼 자네도 잘 알 일이지 않은가. 나는 어서 그것을 취한 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해. 시간이 없으니 빨리 그것을 내놓은 뒤에 해결을 보자고. "
" 싫습니다. 지금 당.장. '영광을 훔친 아이'를 곁에서 서포트하십시오. 당신이 위태롭기 전까지는 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지금 누가 급한 사정을 안고 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으십니까? 그가 당신을 잘못 키웠군요. "
" ... "
그녀는 말없이 금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사라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쾌활한 목소리가, 환한 얼굴이 떠올랐다. 아직 무대에 오르기에는 적은 나이였고 순수한 아이였지만 이미 '주인'이 결정을 해 둔 이상 나이나 성격 같은 건 문제되지 않았다. 롱소드 굿나이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씨익 웃고서 말했다.
" 티치엘 주스피앙, '영광을 훔친 아이'를 서포트하십시오. 엑시피터에는 손을 써두었으니 더 수월할 겁니다. "
안녕하세요...^^
이번 편은 쓰는 저도 골치가 아팠다는..^^ 이게 말이 맞는 말인지 되짚어보기도 했지만 ... 다른 분들에 비해선 완성도가...ㅜㅅㅜ 다들 너무 잘쓰세요 ㅠ-ㅠ 저도 나름 열심히 써본 글이지만...아무래도 대화 내용이 맘에 걸리네요. 너무 긴 것도 모자라서 재미도 없...ㅡㅡ;;; 용서해주세요 저도 롱소드랑 아나시카의 대화 장면을 쓰면서 제 무덤 팠습니다...
저번 화에서 조언 주신 love퍼플(...맞나요...저 돌머리임...ㅈㅅ....)님 감사드립니다 ㅎㅎ 그래서 이번에는 열심히 조언을 주의하며 써보긴 했습니다만...ㅎ
이번 화는 대화가 태반이라 정말 묘사가 부족했어요 ㅜㅜ 하지만 나름 암시를 주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예쁘게 봐주시길 바래요 ^^ 예쁘게 봐주시는 분 센스쟁이 ㅋㅋ 오타나 비판 달게 받겠습니다 ㅇㅅㅇ 댓글로 부족한 점을 써주시고요. 프롤로그가 짧았던지라 하나 더올립니다 ㅋ 분명 오늘 새벽에 올린 건데 실감이 안나네요 ㅋㅋ
득템 잘하세요 뿌우 >ㅁ<
P.S. 영광을 훔친 아이...영광의 홀에서 따왔습니다ㅜㅜ 티나죠?ㅠㅠ 그리고 이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티날거에요...ㅜㅜ 제가 센스가 부족해서... 다음부터는 더 멋진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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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갈래귀2010.02.16ㄲㄲ 숙명을 짊어진아이는 클로에인가여? -
네냐플 Love퍼플2010.02.16아아.. 다음에는요 해설과 해설사이를 띄우면서 문장과 문장사이를 한 칸씩 띄우시면은요 좀 더 길어보일거에요 ^^ -
네냐플 Love퍼플2010.02.16잘쓰셨어요. 빨리 이해를 해서 다행이에요 ^ 오타 발견 + +.. 댓가가 아니라 대가 입니당 ^ 그리고 영광의 홀 쓰셔도되여. 여긴 테일즈위버 소설방이니까요. 열심히 쓰세요! 퐈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