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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Episode 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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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누런 색의 빛바랜 벽지를 붙인 천장이 보였다.
"으음―."
머리가 지끈거려 이불 속에서 팔을 끄집어내 관자놀이를 마구 짓눌렀다.
도대체 어제 얼마나 마셔댄 걸까, 밀라가 술에 취해 깔깔대며 빈 맥주잔을 머리에 터는 것을 좋다고 따라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가 기억에 없다. **.
"그나저나 여긴 어디…"
나는 몽롱한 상태로 몸을 반쯤 일으켜 주위를 돌아봤다. 방 안에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와 작은 욕실로 통하는 문이 전부였다. 창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집시들의 원두막 같은 것이 세워져 있는것이 보였다. 아마도 카울의 한 여관인 듯 싶었다.
앞으로 내려와 시야를 가리는 붉은 긴 머리를 뒤로 젖힌 나는 내가 반라의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이불을 걷어냈다. 그리고 욕실 앞쪽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발견하고 발을 침대 밑으로 내딛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물컹, 하고 부드러운 것이 밟혔다.
"윽."
'그 것'은 작은 신음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눈을 떴다. 나는 벙찐 기분에 현실을 믿지 못하고 침대에 앉은 채로 한동안 '그 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깼어?"
그리고 은발의 소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아침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내 머리는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야?"
"응. 왜? 무슨 일 있어?"
그녀는 깊은 사색을 하는 듯한 보라빛 눈동자로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분명 그녀는 이제 겨우 15살이 되는 세상물정 모르지만 풋풋한 향이 나는 꿈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소녀였다. 그러나 앳된 얼굴에 산속에서 살아온 소녀라고 생각되지 않을 흰 피부, 긴 속눈썹을 가진 굉장한 미인인데다 학교를 다니며 남학생들의 눈길을 끌어야할 그녀는 너무나도 깊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마치 왈칵 울음을 터뜨릴듯, 그러나 고요한 듯한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여느 소녀들의 수줍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구해주었을 때, 그녀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강해보이려고 눈은 부릅뜨고 있었지만 그대로 무너져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순간 그녀를 껴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참혹한 참상을 보며 도망쳐 나왔을까, 언니가 있다고 들었다. 그녀를 위해 희생당한 언니가, 그것들을 모두 기억하는 그녀는 감히 그녀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시벨린?"
"으,응?"
"무슨 생각해?"
그제야 그녀가 자신의 반라의 몸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낸 나는 침대에 있는 이불을 홱 잡아당겨 내 몸에 덮었다. 어째서 나만 당황해야 하는거지, 라는 의문은 접어두기로 하자.
"어째서 내 방에 있는거야?"
나는 늘 그렇듯 미간을 살짝 좁히며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그녀는 고운 목소리로 응수했다.
"돈 없어."
나는 벙쪄서 입을 벙긋거렸다. '아…'라는 탄성과 함께 이해가 되려했지만 그게 더 이상해, 라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그, 그럼 나야, 나 옷 입을 때까지만 나가주면 안될까?"
"불편해?"
"아, 아니. 그런게 아니고…."
나도 이래봬도 남자라고! 라는 말은 끝내 내뱉지 못했다. 어차피 그녀는 이해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녀가 몸담아온 '묘족'이라는 자들은 도대체가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건지, 무서움이 없다. (아니, 애초에 그녀에게 호색한 마음을 품는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깨닫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그의 목에 단도를 들이대고 있는 나야를 발견할 것이므로 교육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좀….
"그럼 그냥 있을게. 어서 옷 갈아입어. 12시까지 액시피터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티치엘이 말해줬으니까."
아아, 어젯밤 그대로 고꾸라졌을 밀라는 티치엘이, 나는 나야가 데려온 것이겠군.
"고마워, 나야. 나 데리고 오느라 힘들었지?"
나는 싱긋 웃으며 나야의 머리를 살짝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옷을 갈아입으러 욕실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양새 안나긴하지만 욕실 앞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옷들을 주워담아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시벨린은 그 순간 나야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알지 못했다.
―
"윽."
팔이 묵직한 것에 눌리는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많은 빛이 눈으로 들어오자 주위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침대 위에 시벨린이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아니, 놀란 표정이라고는 해도 평소 그는 자신의 표정을 얼굴에 훤히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미세한 그 변화는 나만이 캐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놀란 듯하니 반갑게 아침인사를 해보자.
"깼어?"
내 아침인사를 들은 시벨린은 정신이 퍼득 든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입을 열었다.
"…나야?"
"응. 왜? 무슨 일 있어?"
그는 내 질문을 듣더니 다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본다면 그는 항상 생긋 웃으며 바보천치같은 말만 해댔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한번 물어보았더니 '어여쁜 매그놀리아의 무희누님들이 나를 얼마나 기다릴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라며 생긋 웃어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바보'라는 말로 응수해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을 뿐이다.
그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게 이제껏 함께 지낸 나의 결론이었다. 항상 상처받은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표정만은 웃고 있다. 항상 악몽에 시달리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나지만 일어나면 아가씨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나는 가만히 그의 가슴을 대각선으로 크게 가로 지른 검상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검상이라는 것은 내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큰 상처를 얻은 것일까, 아마 그도 알 지 못할 것이다. 나를 만나기 조금 전부터의 기억밖에 없다고 들었기때문이다. 그는 기억상실증이었다. 그의 자잘한 검상들과 가슴의 큰 상흔만이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항상 생각해왔다.
알 수 없는 자객들에게 살해된 묘족들,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인도자, 나의 언니, 그것들을 기억하는 나와, 이전의 삶의 흔적을 찾아가고 있지만 도저히 떠올리지 못하는 그, 어느 쪽이 더 슬픈 것일까.
"…시벨린?"
"으,응?"
"무슨 생각해?"
순간 다시 퍼득 정신이 되돌아온 듯한 표정을 지은 시벨린은 얼른 침대에 있는 이불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는 속옷밖에 입고 있지 않았지만, 그것을 왜 가려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내 방에 있는거야?"
그제야 시벨린이 제대로 입을 열었다. 그는 늘 그렇듯 말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고 나는 늘 그렇듯 솔직하게 대답했다.
"돈 없어."
그러자 시벨린은 '아…'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다양한 감정을 섞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나야, 나 옷 입을 때까지만 나가주면 안될까?"
"불편해?"
"아, 아니. 그런게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면, 어째서 나가달라고 하는거지?
밖은 추웠기 때문에 나는 나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가 불편해하건말건 눌러앉기로 결정했다.
"그럼 그냥 있을게. 어서 옷 갈아입어. 12시까지 액시피터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티치엘이 말해줬으니까."
나는 어젯밤 술에 취해 흥겨운 듯 고래고래 소리치는 밀라를 부축하며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어 내게 이야기하는 티치엘을 떠올렸다. 시벨린은 차라리 맛이 간 상태여서 부축해오기 그나마 편했지만(그렇지만 키로 따지자면 머리 하나를 하고도 한참이나 차이나는 내가 그를 여관까지 데려오는 것이 쉬웠다는 것은 아니다.) 티치엘은 밀라를 데리고 나르비크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그 노고가 빤히 예상이 되었다.
"고마워, 나야. 나 데리고 오느라 힘들었지?"
시벨린이 싱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 앞에 은색의 내 머릿칼이 아른거렸다.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등에서 그의 붉은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왜 그가 머리를 기르는지는 알 지 못했지만 나의 색소가 결핍된 듯한 은발보다는 진한 적색인 그의 머릿칼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순간, 그녀 안에서 묘한 감정이 일었다. 나야 또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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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일진、〃2010.01.25난 왜, 저 소설에서 '돈없어' 라는 대목만 보일까...? -
네냐플 갈래귀2010.01.23너무잘쓰셧어요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