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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그림자가 가득한 숲 속. 앞이 뿌연 연기를 들이마신 것 마냥 흐릿하게 보였다. 게다가 웬 습한 기운이 묻어나 기분을 나쁘게 했다. 짜증나게. 왠지 모를 추위에 양 손으로 두 팔을 감싸 쥐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격렬하게 울리는 총소리.
탕――!
뒤이어 들리는 사박사박―하는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온 몸을 엄습하는 긴장감에 더 이상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눈만 굴려 주위를 살폈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영 갈피를 못 잡게 하는 발소리 덕에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어디야, 대체!
어느 순간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회색빛의 물체가 보였다. 잘, 안 보여. 눈살을 찌푸리며 흘러내린 안경을 추켜올렸다. …조슈아? ―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당황했다. 그의 얼굴엔 다시 못 볼 두려움이 어려있었다.
"……."
"왜 그렇게 놀라?"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눈을 떴더니 뿌옇게 보이는 시야로 특유의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 이상하게 잘 생긴 녀석의 얼굴이 들어왔다. …꿈인가. 조군 녀석 때문에 흰머리가 점점 늘어나고, 머리털이 빠지더니 이젠 악몽인가. 별 걸 다 겪어보는구만.
"머리통 좀 치워 봐."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가까이 들이대고 있는 녀석의 상판대기를 치워내면서 침대 옆 탁상에 있을 안경을 더듬거리며 찾았다. 아무리 손으로 탁자 위를 턱턱 소리를 내면서까지 더듬거려 봐도 영 잡히는 게 없어서 인상을 찌푸렸더니 내 눈 앞으로 달랑달랑 안경이 흔들거렸다. 아직 꿈인가, 싶었는데 불쑥 눈 앞을 가득 채우는 회색 머리통. 제발 좀 치우라니까.
"안경 줄까?"
"장난치지 말고 내놔."
간결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펼쳐진 내 손으로 안경이 쥐어졌다. 접힌 안경다리를 펴내고 자연스럽게 썼다. 그런데, 영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안경을 안 썼던 거나, 쓴 지금이나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
"…야."
"왜?"
몰라서 물어? 웃음을 간신히 참는 듯 끅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렴풋한 형체로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는 마냥 눈가를 비벼대는 모양새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좋냐?
"안경알 내놔."
안경테두리 안으로 잡히지 않을 안경알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랬더니 탁―터지는 웃음소리. 녀석은 허리를 꺾으며 뒤로 뒤집어졌다. 그래, 말 그대로. 뒤에 침대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는 짓이 아니꼬와서 팔짱을 끼고 한참을 노려봤더니 그 한참 동안 멈추질 않고 계속 웃는다. 침대 시트를 팡팡― 먼지가 풀풀 날리도록 쳐대면서. 그 위를 뒹굴거리기도 하고.
"야, 이게 그렇게 웃겨?"
다시 한 번 아까 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했더니 풉, 하고 또 터졌다. …이게 장난하나. 지치지도 않냐?
훅, 하고 한숨 돌리고 안경알을 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녀석을 뒤로 한 채 작은 서랍장을 뒤졌다. 그 와중에도 녀석은 정말 미쳐버린 것처럼 웃었다. 그래, 넌 웃어라. 난 찾을테니. 그런데, 그렇게 마음 먹었었는데, 이게 눈도 잘 안 보이고 하니까 제대로 찾지도 못하겠더라. 확 짜증이 솟아서 서랍장을 퍽하고 발로 찼더니…악! 내 발가락!
…덕분에 조군 숨 넘어갈 뻔 했다.
"여기."
한참, 한참 뒤에서야 내 손에 쥐어지는 안경알. 하나를 끼우고 다른 하나를 더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그냥 멀거니 웃고만 있는 녀석의 지겨운 상판대기가 그나마 보이는 눈에 들어왔다. 야, 설마…….
"미안, 잃어버렸어."
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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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01. 23
이야기가 개그 위주라. 더 이상 이어갈 자신이 없으므로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전체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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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Love퍼플2009.12.31오옹 ㅋㅋ 하나의 작품이 될만한 그런소설이네요. 판타지와는 사뭇다른 그런이야기네요. 기대할게요 너무재밌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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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농약맛제리2009.12.30푸하핫! 이거 반전인데요.ㅋㅋ 정말 기대되는 소설이예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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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일진、〃2009.12.30ㅋㅋ 잃어버렸다니, 그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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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갈래귀2009.12.30처음에 약간 긴장됬는데 보다가 뿜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