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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속도로 보리스에게 쇄도하는 이솔레스티의 검을 보리스는 한 걸음, 옆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피했다.
그 직후, 보리스는 생각했다. 이솔레스티라면 분명 변칙공격을 시도할 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한 보리스는 주저할 것도 없지 몸을 낮췄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했다. 이솔레스티의 찌르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녀가 그대로 횡베기로 전환한 것이다.
이솔레스티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보리스라도 피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거, 실버스컬에 참가하기 위해 동행했을 때 이후로 이솔레스티는 보리스가 싸우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실버스컬 이후로 루시안의 가드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온 보리스의 검술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반면 보리스는 이솔레스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보리스는 '내가 이솔렛이라면....'이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움직였고 더 놀라운 것은 과거에는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았던 이솔레스티의 검이 지금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곁에서 그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던 나우플리온은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차마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이 소중히 여긴 단 한명의 제자. 아니, 이제는 아들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소년은 못 본 사이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다.
스승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우플리온은 확신했다. 이솔레스티는 보리스를 처단하지 못한다고.....
"이솔렛, 그 검....치워주세요."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이곳에 너를 처단하러 온 거라고 말이야."
"알고 있어요. 그래도, 당신이 우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
보리스의 말에 깜짝 놀란 이솔레스티는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지르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때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잊고 지내던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입술을 깨물며 다시 검을 고쳐쥐는 그녀에게 보리스의 낮고 굵은, 하지만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리카락, 돌려드릴게요. 그러면 저를 처단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예전에 데스포이나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목소리를 '폐한다'거나."
"....내 귀엔 죽는 게 무섭다는 말로 들리는데."
"설마요. 이제와서 잃을 게 뭐 있다고. 그래도....내가 죽으면 울 거잖아요? 지금의 내 작은 동갑내기도, 나우플리온도..그리고 이솔렛, 당신도요. 그런 건 싫거든요."
"헛소리!"
'죽음'이라는 말에 보리스가 담담히 대답하자 이솔렛이 다시 검을 겨눴다. 조금 전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도약한 그녀는 양 손의 검을 움켜쥐고 연속베기를 시도했다.
물론, 지금의 보리스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런데......
"크윽...!"
"보리스?!"
"보...보리스..?"
보리스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솔레스티는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검이 뽑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우플리온의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가 뽑은 검은 이솔레스티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나우플리온의 검이 목에 닿아있는데도 이솔레스티는 그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보리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확실히 떨렸다.
그녀의 두 자루 검 중 하나가...보리스의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다. 비릿한 혈향이 퍼지며 그녀의 검을 따라 기분나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아아, 미안해요... 나우플리온. 발이 미끄러졌어요."
검에 찔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리스는 무서운 얼굴로 이솔레스티에게 검을 대고 있는 나우플리온에게 어색하게나마 웃어보이며 상황을 설명했다.
나우플리온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토록 쾌활하던 나우플리온의 눈가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상처가 아파서일까, 아니면 두 사람이 울고 있기 때문일까? 보리스는 어딘가가 굉장히 아려 오는 것을 느꼈다.
"이솔렛, 그만 울어요. 이건..내가 잘못한 거니까. 그러니까..."
"시끄럽다, 이 멍청한 제자야. 사람을 불러 올테니 꼼짝말고 기다려. 그리고 이솔렛, 혹여나 검을 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이상 저 녀석이 다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겠지."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나우플리온은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나우플리온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벤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남의 집 앞에서."
갑작스런 벤야의 등장에 놀란 보리스가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곧 이솔레스티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낸 보리스는 그저 시선을 벤야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벤야는 보리스의 대답이 없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계속했다.
"피, 나중에 확실히 닦아놓도록 해. 그리고 저 여자, 이대로라면 확실히 망가져버릴 거야. 너는 그걸 바라는 게 아니겠지? ....보아하니 조금 전의 아저씨가 이 일을 해결하러 간 모양인데, 나도 그 쪽으로 가보도록 할게. 넌 그동안 저 여자 좀 어떻게 해결해 봐."
말을 마친 벤야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나우플리온이 사라진 방향으로 가버렸다.
보리스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지만 조금 전 벤야가 한 말 속에서 엄청난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저 여자, 이대로라면 확실히 망가져버릴 거야.'라는 벤야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이솔레스티는 조금 전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저 보리스를 보고만 있었다. 벤야의 말대로라면 지금, 보리스는 뭐든지 해야만했다.
"이솔렛, 내 말 들려요? 이솔렛...."
보리스가 멀쩡한 오른팔을 힘겹게 들어올려 이솔레스티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 때까지 멍하게 있던 이솔레스티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이솔렛, 울지 말아요. 괜찮으니까.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요."
"보리...스..."
"나우...플리온이 해결해 줄테니까. 어떻게든..."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눈을 감으면 이 세상과는 영영 작별일 거라는 불안한 감에 보리스는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거, 리..리오페..죠? 당신이..바란 일은 아닐 거예요. 그렇죠..?"
어떻게든 깨어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보리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 보리스를 보며 이솔레스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벤야의 분수대였다.
가지고 다니던 물통의 물을 버린 이솔레스티는 분수대에서 새로이 물을 담았다.
나우플리온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많은 없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이솔레스티는 숲 속으로 달려가 타고 온 말에 실어두었던 배낭을 가지고 돌아왔다.
배낭 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낸 그녀는 서둘러 내용물을 꺼내 그것을 찢기 시작했다.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이솔레스티는 이를 악물고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점점 더 작게, 작게 찢어냈다.
지금의 이 상황은 어쩌면 리리오페가 예상하고 있던 것일지도 몰랐지만 어쨌건 간에 책임은 이솔레스티, 자신에게 있었다.
뭔가를 계속해서 찢는 그녀의 옆에 내동댕이 쳐진 주머니에는 서투른 솜씨로 수놓아진 네잎클로버가 있었다.
#12. 돌이킬 수 없는 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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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써 놓고 보니 뭔가 막장;;;
어쩌다 내가 이솔렛을 이리도 타락시킨 거지;;;;;;
- 전체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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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후유〃2012.02.09흐 ㅜㅜ 가끔 생각나서 들어와보는데.. 다음편은 더 안쓰시나요? -
네냐플 판타지2009.10.17다음편 기달릴께요~ -
네냐플 카르시에나2009.10.12아아...설명이 부족했군요;; 보리스는 벤야를 볼수있지만 이솔렛은 못 보죠;; 그런 고로 벤야에게 얘기하면 벤야의 목소리를 못 듣는 이솔렛으로서는 보리스가 미쳤거나 아니면 천국의 문을 열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
네냐플 〃일진、〃2009.10.11아니, 그러면 너무 막장인가 =ㅂ= -
네냐플 〃일진、〃2009.10.11한 5번쯤 읽어봤는데... 벤야 유령 아닌감? 감? 감? 감나무? 퍽... 크흠... 아무튼 이쯤에서 이솔렛이 어디론가 가고 한~참 나중에 보리스에게 줄 약초나, 붉은 심장쯤 되는 물건 가져와야 될텐데... ㅋㅋ -
네냐플 바르시믈레2009.10.11담편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