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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지에
소설

Tales Weaver C1 #1

네냐플 네온천사v 2009-03-06 17:44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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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s Weaver Chapter 1

"The Vortex"

 

#1

 

-

 

란지에는 어떤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문 옆에는 명패가 조그맣게 달려있었다.

 

『이엔나 카틀레야 다 아마란스』

 

어째서인지 명패에는 다른 부분에 검은 필로 x자가 쳐져있고 '이엔'이라는 글자만 남아있었다. 아마란스 백작가의 따님 이름을 이렇게 만들어놓는다면 큰일 날 일이지만 란지에는 그것을 한 사람이 이엔나 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엔은 분명 소녀였지만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특이한 소녀였다.

 

똑똑.

 

란지에가 아노마라드 식으로 노크를 두 번 하자 안쪽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암호라는 것을 알고 있는 란지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가 비슷한 소리를 두어 번 내자 안쪽에서 또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문 앞에 서있던 란지에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문을 여는 순간 문과 일직선으로 나 있는 창문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밀고 지나갔다. 창가에 앉아있던 소년 같은 이엔이 다가와 그를 반겼다.

 

"꽤 빨리 돌아왔네?"

"동생을 놔두고 왔는데, 지체할 순 없지. 메이리오나 님도 길든스턴도 바쁘니까 말이야."

"맡길만한 사람을 찾던가."

 

이엔은 언제나 란지에의 일명 '시스터 콤플렉스'를 걱정했다. 너무 동생만 챙기다가 일을 그르치는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란지에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 그것보다 전학생이 왔어. 유명한 사람이야."

"유명하다니?"

 

란지에와 이엔이 다니는 학원은 정식 명칭으로 '네냐-야플리아', 줄여서 네냐플이라 부르는 권위 높은 마법 학원이었다. 물론 란지에와 이엔이 마벙블 배우는건 아니였다. 단지 고문으로 부상을 입은 란지에의 요양을 구실로 '민중의 벗' 활동을 하고 있는 것 뿐이였다.

 

"에, 근데 위험할지도 몰라. 소년인데도 국왕이 부를 정도로 검술 실력이 좋대. 실버스컬 우승자랬나."

 

막 신나서 떠들고 있는 이엔을 바라보던 란지에는 문 밖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 노크를 세 번 했다. 노크 세 번은 분명 트라바체스 식이었다. 이엔이 말했다.

 

"누구야?"

"레오멘티스 교수님이 전해달라는 물건."

 

이엔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뭔가 부탁하거나 맡긴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이엔과 대화하고 싶거나 이엔이 모르는 물건을 교수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란지에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엔은 란지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열리자 교복 위에 검은 케이프를 입은 소년이 보였다. 소년은 이엔을 보다가, 다시 문을 열어준 란지에를 보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엔은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저기, 란지에는 그냥…"

"오랜만이야, 보리스."

 

란지에의 한 마디에 이엔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보리스는 국왕이 부를 정도로 실력이 좋지만 어떤 의미에서 공화국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 보리스를 란지에가 알고 있다는게 당황스러운 듯 했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요양. 너도 들어본 적 있을텐데? 3개월 전쯤에 붙잡혔다 풀려난 공화파 간부. 그게 나거든."

"그런가."

 

이윽고 보리스는 시선을 떨어트렸다가 다시 이엔을 보았다. 그리고 이엔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편지였다. 그것도 다소 평범한 봉투에 든 편지. 아마란스 백작가의 딸인 이엔에게 평범한 편지가 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것보다 왜 이엔의 편지를 교수가 갖고 있고, 그것을 보리스가 가져다 주는거지? 보리스는 작게 말했다.

 

"폰티나 공작가로부터."

 

이엔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동시에 의혹이 찾아들었다. 폰티나 공작가 정도 되는 집안이 뭐하러 평범한 봉투에 넣은 편지를 보내고, 또 그것을 교수가 가지고 있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이엔은 일단 편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왜 보리스가 이 편지를 교수에게 넘겨받은 것인지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생각하기를 포기하자 란지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네가 교수의 심부름을 하는거지? 전학생이라 아는 사이도 아닐텐데."

"그건 보리스가 휴학했다가 다시 왔기 때문이지."

"!"

 

두 번째 소리는 문 밖에서 들려왔다. 문에 기대어있던 소녀 티를 벗은 듯한 여자가 걸어왔다. 여자는 터번을 두르고 있었지만 터번 밑으로 짧은 금발이 보였다.

 

"이솔렛."

 

자세히 보니 이솔렛이라는 여자는 등에 검이 세 자루나 매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쌍과 한 자루였다. 그녀는 보기 드문 쌍검을 사용하는 듯 했다. 이솔렛은 보리스의 옆에 가 섰다.

 

"너에 대한건 보리스에게 좀 들었어. 난 이솔렛. 보리스의 보호자라고나 할까."

"아… 전 란지에 로젠크란츠입니다. 이쪽은 친구인 이엔."

"반가워."

 

짧게 인사한 이솔렛은 보리스의 귀에 대고 두어 마디 속삭였다. 보리스는 이솔렛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솔렛이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하자 란지에가 불렀다.

 

"보리스가 휴학했다는 것에 대해 말해주시지 않을겁니까?"

"아참."

 

그제야 기억이 난 듯 이솔렛은 다시 란지에와 이엔쪽으로 돌아섰다. 그녀의 분홍빛 눈동자가 태양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보리스는 일전에 네냐플 입학을 했다가 사정이 생겨서 휴학을 했어. 그런데 그 휴학 기간이 너무 길어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했고, 그 때문에 다시 1학년을 다니게 된거지. 그 전에 레오멘티스 교수와는 이미 안목을 터 놓은 모양이더군. 소공작 때문이랬나."

 

이솔렛의 목소리는 소녀라기에는 허스키했고, 성인 여자라기에는 중간음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치 그녀가 노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르님 소공작… 말입니까?"

"그래."

이엔은 또다시 놀라는 표정이었다. 평민으로 보이는 보리스가 아르님 소공작과 아는 사이라니.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조슈아 폰 아르님이 평민 친구들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한동안 켈티카에서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보리스는 그 중 한 명인가?

 

"뭐 설명은 이정도면 되겠고, 그럼 난 이만 방에 가볼게. 천천히 얘기 나눠."

 

이솔렛은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 때까지 굳어있던 세 사람들을 창가에서 불어온 바람이 한 번씩 밀고 지나갔다. 보리스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침묵을 깬건 이엔이었다.

 

"나도 나가볼게. 난 저 사람하고 이야기해 보고 싶어. 특이한 사람 같거든."

 

말을 마친 이엔도 즉시 바깥으로 나가 이솔렛과 같은 방향으로 가버렸다. 보리스는 그것을 보고 있다가 본능적으로 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란지에는 한숨을 쉬며 보리스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민중의 벗'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날 붙잡아 국왕에게 넘길건가?"

"아니. 국왕 쪽에서 나를 불렀을 뿐 난 그들을 위하는 일은 하지 않아."

 

란지에는 어릴 적에 보았던 보리스의 눈을 기억하고 있었다. 열두 살 소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깊은 청회색의 탁한 눈동자였다. 지금의 보리스가 가진 눈은 좀더 온화하고 맑아졌지만 더욱 강인한 색을 띠고 있었다.

 

"너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국왕이 불렀다는 소문을 들은 이후 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닌거 같네. 그래서, 보리스."

 

오랜만에 란지에의 루비같은 진홍빛 눈동자가 강하게 빛났다. 란지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보리스를 똑바로 주시하며 말했다.

 

"너의 힘이 필요해. 내게 힘을 빌려주겠어?"

 

-

 

처음으로 미리 써봤습니다.

학교에서 할 짓이 없어가지고 연습장에 끼적였네요.

근데 단점 하나.. 주인공이 란지에인데 1편만 봐서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기 힘들 듯..

 

그리고 노크를 몇 번 하느냐가 나라에 따라서 다른걸로 되어있는데 그것 설명을 덧붙이자면.

 

한 번 : 레코르다블

두 번 : 아노마라드(식민지 포함)

세 번 : 트라바체스

네 번 : 오를란느, 렘므

다섯 번 : 산스루리아, 하이아칸, 루그두넨스 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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