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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쥬앙페소아입니다.
에구 힘들어서 오늘은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기쁨 소감은 다음편에....
'그이 가는 길을 제가 다시 걸으니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길이 되었습니다...'
1.
예배당 오전 11시, 아이들은 저마다 여기저기서 떠들고 있었다. 심한 정도는 아니였으나 마치 그 소리가 벌레가 우는 소리처럼 귀때리는 소리였다.
"어, 신부님 오셨다!"
좀전까지 떠들던 아이들이 금세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중앙현관문이 딸깍하고 열리는 순간 아이들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잠시 후 얼굴은 약간 주름지고 백발인 노인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비록 노인이였지만 아직 노인이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한 아이들의 입을 발걸음만으로 제압을 하였다.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신부는 웃으며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
아이들도 일제히 '안녕하세요, 신부님."을 외쳤다. 그는 꽤나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아이들과 잠시동안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바오로, 요새 축구는 어때?"
"신부님이 알려준방법으로 공을 차면 무조건 들어가는거 같아요."
"그러니?? 그거 다행이구나."
바오로라는 아이 옆에 한 여자아이가 갑자기 책상을 탁 치며 일어섰다.
"그런데 바오로는 공만 잘차지 막상 공을 주면 어떻게 해야될지 쩔쩔 맨다구요!"
여자아이가 바오로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공을 잡고 어떻게 해야되는지 몰라서 발로 공만 만지고 쩔쩔 매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아이들은 크게 웃고 바오로의 얼굴은 붉어졌다.
"자자자 오늘은 조금만 하자꾸나. 오늘은 너희들에게 내가 깊이 할 말이 있거든. 모두 성경책 156쪽을 펴세요."
오른쪽엔 리에카 수녀가 피아노반주를 맡고 있고 오니쪽엔 다른 수녀들이 노래를 부르자 아이들도 조용히 따라불렀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이 왠만큼 따라부르기 힘들정도의 고음이기 때문에 다들 노래를 잘 불렀다. 특히 조슈아의 목소리는 수녀들 조차 따라부를 수 없을 정도로 힘이들었다. 아이들의 음은 거의 비슷해 구별이 힘들 것 같지만 듣는 사람은 조슈아의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가 있었다.
'오오오 우리에게 자비를, 불쌍한 어린양을 거두어주세요.
오오오 우리에게 축복을, 언제나 신의 은총을 받고 싶어요.
오오오 우리에게 사랑을, 원수조차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2.
점심시간이 다른 날 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이들은 또다시 재잘거리며 식판에 음식들을 배급받았다. 식사중 신부가 일어서서 아이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의 시선은 이미 신부를 주시하고 있었다.
"자자 여러분, 식사중에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오늘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을 전해주러 이자리에 이렇게 섰습니다. 어느 것 부터 들어보시겠습니까?"
보통사람들이라면 기쁜소식을 먼저 들었을것이다. 먼저들었으면 나쁜소식이 귀에 와도 나쁘게 들리지 않는게 보통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반대를 택했다.
"나쁜 소식은...여러분, 베드로의 부모님께서 드디어 베드로를 데리러 이 곳에 오시겠답니다. 친구가 떠나는 게 슬프다고들 하지만 우리모두 웃으며 박수로 보냅시다."
이미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부모님이 데리러 온다는 게 샘이 나는 건지, 친구와의 작별이 싫은지 아이들은 그칠 줄을 몰랐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말했다.
"자자자, 아직 기쁜 소식을 못들었잖아?? 그래서 4일 후에 떠나는 베드로를 위해 송별회를 열겁니다. 여러분들은 베드로를 위해 장기라든가 노래라든가 하나씩 준비해서 베드로에게 작별을 표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아 팀을 이루어서 하면 더욱 좋겠지요? 선물도 하나씩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랍니다."
송별회는 떠나는 베드로를 위해 파티를 열겠다는 소리다. 파티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물은 어느 새 그쳐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피는 아이들도 있었고, 벌써 들떠있는 아이들도 몇몇 보였다.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이렇게 작은 행동에도 큰 변화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4일 후에 송별회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쉬는 시간, 복도에서 아이들이 자신과 장기를 펼칠 아이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란지에는 자신의 방인 '믿음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안의 아이들도 이미 시끌벅적 하며 계획하고있었다. 한 아이가 조슈아에게 물었다.
"우리 믿음의 방은 성당에서 수가 5명밖에 안되니 그냥 우리끼리 하는 게 어때?"
조슈아의 버릇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물어보곤 했다. 자신의 주관점이 별로 없어보이는 듯 해 보였다.
"글쎄...란지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란지에는 조슈아의 그런 버릇을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쳐 줄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나쁜 버릇은 아니니까, 대인 관계가 완만해지는데 필요한 몇가지의 대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들은 란지에도 놀랐었지만 숙달이 되어 자연스럽게 대답을 해주었다.
"음....춤이나 연극같은 거 무대위에서 하려면 난 좀 떨리던데...저번에 합창할 때 너무 긴장되서 목소리가 꼭 모기 소리 같았어."
아이들은 모두 웃었다. 부끄럽지 않은 대답이였다. 합창회때 모기소리처럼 조용히 불렀던 그 때를 생각하며 란지에도 같이 웃었다. 란지에의 대답을 들었으니 조슈아의 대답이 나올 차례다.
"그럼 우리 그냥 노래나 하나 부르자. 나도 솔직히 연극이나 노래는 좀 떨려. 그런데 노래는 좀 덜 그러거든. 연극 준비하기엔 사흘이란 시간은 너무 짧아."
다른 한 아이가 맞다는 듯 손바닥에 주먹을 쳤다.
"그래, 우리 방의 꾀꼬리 조슈아가 있는데 노래는 당연히 우리 차지지."
흐아아....the-end~
- 전체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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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jse5252009.04.25역시 쥬앙페소아님 너무 글 잘쓰셔요!재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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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0프린스02009.02.19돌아오셨군요~♡오랜만이에요~유추프라카치아 계속 쓰실건가요? 제가 응원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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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쥬앙페소아2009.02.15쥬앙페소아=조슈아, 주앙페소아=란지에, 주앙페소야=티치엘 공통점=셋 다 안키워요. 다른 애 키우는 중...티치엘이지만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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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youkill호욱2009.02.14우아앗. 주앙페소아. 왠지주스피앙 같단말이야 (중얼중얼...) 저..저기 정말궁금한데 유추프라카치아? 제가 신인시절때 추천작 1페이지 끝부근에.. 있던 소설같네요. 그레도 계속 쓰신다는건 대단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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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농약맛제리2009.02.14우와....묘사가 진짜 대단하세요... 실제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랄까...ㅎㅎ...정말 소설 잘 쓰시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