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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핀,네냐플에서-2.소란스런 그들

네냐플 S진홍2 2009-01-28 15:22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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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핀이 주인공인데 어째 이번 이스핀 시점은 하나밖에 없냐...

아 그리고 조슈리체...약간 있으니 싫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ㅎㅎ

그보다 역시 란지보리는 좀 짱인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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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지에는 자신이 배정받은 기숙사로 향해 가고 있었다.도토리 빌라던가.그보다 아까 봤던 보리스가 자꾸 신경쓰였다.그때 블루벨 파티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후 '다음에 만나면 모르는 척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게 걸려서 계속 보리스를 모른 척 하긴 했지만 언제 또 마주칠 지 모르는 일이였다.처음  들어올 때는 보리스가 뒤쪽에 앉아 있어서 몰랐는데,아니,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몰랐다.반의 학생들을 주의깊게 보는 편이 아니였고 그보다 자기 말대로 진짜 네냐플에 편입한 클로에가 더 신경쓰였었다.클로에가 들어오는 순간 란지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드는 것에 자신도 놀랐다.클로에를 피하기 위해 불편한 손에도 책상을 가지러 가겠다고 헀지만 오를란느 공녀가 갑자기 가겠다는 말에 굳이 거절하지도 못하고 결국 클로에와 같이 앉게 된 것도 꽤나 골치였다.그래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앞만 보느라 보리스는 발견도 못한 것이였다.오를란느 공녀의 목소리에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란지에는 자신에게 누군가 만나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의심했다.소공작이 있던 반에 들어온 것도 그렇고,클로에에,이번엔 보리스까지...란지에의 얼굴은 꽤나 복잡미묘했다.게다가 보리스가 실버스컬에서 우승했다는 소리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그 아이가 그렇게 강하게 자랐나.하긴,그 때의란지에에게 실버스컬 우승자가 누군지는 관심밖의 일이었으니.그러다 도토리 빌라 앞에 선 란지에는 정말 자신에게 무슨 이상한 능력이라도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문패에 나머지 이름은 보이지 않고 한 이름만 보였다.보리스 진네만.

 

".........."

 

란지에는 문을 벌컥 열었다.그리고 두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하나는 반가워하는 소년,하나는 몹시 당황한 소년.그리고 자신의 얼굴도 후자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둘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중이였던 것 같았다.루시안이 반갑게 인사했다.

 

"란지에!너 우리 빌라구나!나 알지?루시안 칼츠.아참,그리고 보리스,니네 친한 사이 맞지?맞잖아.아까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그,그러니까...."

 

란지에는 보리스의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을 보았다.아무래도 둘러댈 게 필요했다.

 

"그런거 아니야."

 

란지에의 말에 보리스는 조금 놀랐지만 바로 침착해져서 받아쳤다.

 

"맞아,아니야."

 

그 말에 루시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예전 둘이 만났을 때 서로를 보는 눈빛이 뭔가 심오했기에 아니라는 말은 루시안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어?아니라구?그치만 니네 저번에."

 

"우리는 아주 어릴 때 만난 적은 있어.하지만 그렇게 친했던 건 아니였어.이런 거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사람을 잘 기억해.그 파티 때 보리스의 머리색을 기억하고 있었거든.혹시나 해서 이름을 불렀는데 진짜였던 건 나도 놀랐지만.그래서 그저 몇마디 나눈 것 뿐이였어."

 

"그래...?그치만."

 

"란지에 말이 맞아,루시안.그 때 별 말 안했어.왜 있잖아,아주 오래전에 봤던 사람을 다시 봤을 때 하고 싶었던 말이라든지...서로 안부가 궁금해서 얘기했던 것 뿐이야.그나저나 여기서 볼 줄은...몰랐네."

 

보리스까지 그 말에 수긍하자 루시안은 금새 의혹이 풀려졌다.어쩌겠는가,둘이 동시에 아니라는데.루시안은 그렇게 깊게 파고드는 성격은 아니였다.확실히 얼마 얘기 안했던 건 사실이니까.게다가 둘이 얘기하기 위해 자신을 일부러 내쫓았던 기억도 가물가물해 있었다.

 

 "흠,그래?그럼 이제 친해지면 되겠네!"

 

루시안의 말에 란지에는 가볍게 웃으며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잠겨진 문 앞에 섰다.

 

"여기지?내방."

 

"어....아마도."

 

루시안이 대답하자 란지에는 받은 열쇠로 굳게 잠긴 문을 열었다.그리고 방 안에 들어온 짐들을 확인했다.누가 들어와서 한번 청소한 듯 방 안은 꽤 깨끗했다.란지에는 다시 밖으로 나오면서 루시안한테 물었다.

 

"그런데 다른 한명은 어디있지?"

 

"어?모르겠어.조슈아한테 갔나?밥먹으러 다시 내려오겠지 뭐."

 

"그래?나도 잠깐 나가봐야겠는데."

 

"아,그럼 이따가 우리랑 같이 밥먹게 빨리 와!"

 

루시안의 말을 뒤로 한 채 란지에는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보리스는 란지에가 루시안 모르게 한 손짓을 보았다.따라오라는 의미.보리스는 간격을 두고 루시안과 얘기하다가 화장실에 간다며 방을 나왔다.방문 옆에는 란지에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란지에."

 

"여기는 들리니까,걸어가면서 얘기하자."

 

란지에는 앞장서 걸었다.보리스는 그를 뒤따랐다.란지에의 하늘빛 머리가 흔들거렸다.보리스는 란지에의 그런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한참 걷던 란지에가 입을 열었다.

 

"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후훗,서로 모르는 체 하지고 해놓고,결국엔 이렇게 마주치게 되는구나.네냐플에 입학 할 줄은 몰랐어."

 

"난 루시안 때문에...아니,너야말로 어째서 네냐플에 온거지?"

 

그말에 란지에는 조금 멈칫거리더니 다시 걸어갔다.

 

"글쎄...너라서 얘기하는 거지만,검거된 적이 있었어."

 

이번엔 보리스 쪽에서 멈칫했다.그말은 란지에의 신념이 누군가에게 들킨 적이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그래,엄청난 고문이였지.다행히 풀려나긴 했지만.누가 풀어줬는지는 모르겠어."

 

보리스는 그나마 안심했다.잡혔다는 소리는 모든 것을 말하기 전에는 죽을 때까지 고문을 한다는 뜻이였다.그런데 란지에가 걸으면서 갑자기 보리스에게 왼쪽 손을 내밀었다.보리스는 무슨 의미인지 잠시 머뭇 거리다 손을 만졌다.그리고 손목 부분을 잡더니 깜짝 놀라서 손을 때었다.

 

"너...."

 

란지에의 표정은 약간 아픈 것을 참는 얼굴이였다.란지에는 다시 손을 거두어 손목을 어루만졌다.

 

"그래....엄청난,고문이였어."

 

보리스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까 만진 란지에의 손목엔 잡혀야 할 뼈가 없었다.즉,그저 살이 눌릴 뿐이였다.저 정도로 당했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얼마나...죽고 싶었을까.

 

"아무리 치료해도 이 정도 이상으로는 안되더라고.신경이나 힘줄은 문제 없지만 손바닥 쪽 뼈는 완전히 없어져버렸지.좀 조심해야돼."

 

그렇게 말하면서도 란지에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그러나 보리스는 란지에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란지에의 뒷모습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그 옛날부터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란지에.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의 상황은 똑같았다.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네냐플은 왠만한 일에도 학생 정보를 내주지 않는다면서?그것 때문에 온거야."

 

보리스는 그 말에 다시 놀랐다.그 말은 혹시 이곳은 안전하니 그 상태로 여기 와서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계속 하겠다는 소리인가?남에 일에는 별로 신경 안쓰는 보리스지만 란지에가 그런다면 반드시 말리고 싶었다.너무 위험해,그만둬.그러나 입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계속 그것을 위해...일하겠다고...?"

 

그러나 란지에의 대답은 보리스의 추측과 달랐다.대신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아니,여기 온 건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해서였어.쉬어야 되는데 내 정보를 꼬치꼬치 캐는 곳이라면 곤란하지."

 

"아...그렇구나."

 

그런데 란지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확인하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 말에 보리스는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확인이라니?누굴?

 

"그게...무슨 말이야?누구를?"

 

"누굴 것 같아?"

 

그제서야 보리스의 머리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었다.조슈아,혹은 클로에.하지만 클로에는 막 편입해서 란지에도 몰랐을 테니 조슈아일 게 틀림없다.조슈아란면 란지에 쪽에서 분명히 지켜볼만한 인물이다.

 

"확인해서...뭘 어떻게 하려고?약점이라도 캘 생각이야?"

 

"뭐,그런 건 아니지만..."

 

란지에는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그 바람에 보리스는 넘어질 뻔한 걸 겨우 면했다.그도 서서 란지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재밌거든,그 소공작.지켜보는 거 말이야."

 

"뭐...?"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란지에는 소공작을 순전히 재미로 확인하겠단 말인가?보리스가 계속 란지에의 말 뜻을 이해하려고 애쓰는데 란지에가 고개를 돌렸다.

 

"뭐,너는 신경 쓸 필요 없어.내 일이니까.그것보다,우리 말인데."

 

살짝 미소를 머금는 란지에를 보며 보리스는 그 옛날 란지에의 미소가 떠올랐다.그대로였다.

 

"같은 빌라에 있게 됐으니 모른 척 할 수는 없고,빌라에서 친해진 것으로 할까?"

 

"뭐?"

 

란지에는 이제 완전히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러니까,너와 난 옛날에 별로 아는 사이가 아니였는데 같은 빌라를 쓰면서 친해진 친구로 연기를 하자는 거지.할 수 있지?"

 

"아...그야 어렵지는 않지."

 

보리스도 그제서야 약간 웃을 수 있었다.그래도,연기일 뿐이지 실제 친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

 

"뭐,그나저나 네가 실버스컬에서 우승을 했었다면서?처음 듣는 얘긴데."

 

다시 걷기 시작한 란지에가 하는 말은 이제 어느 정도 잡담이였다.

 

"아,맞아."

 

"대단한데.언제 그랬던 거야?"

 

"열 다섯살 때."

 

"그래?네가 확실히 전사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정도일 줄은 몰랐는데.게다가 오를란느 공녀와 아는 사이라는 것도 조금 놀랐어."

 

"그애랑은...그저 잠깐 마주친 것 뿐이야."

 

"아,둘이 뭔가 심각하길래 난 어느 정도 아는 사인 줄 알았지."

 

그러면서 란지에는 농담 조로 말한 게 언제던가 하며 살짝 웃었다.그러나 대답 않고 가만히 걷던 보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너도..."

 

보리스는 간격을 두며 말했다.

 

"나 모르는 사이에 더 앞으로 나아갔잖아."

 

보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란지에의 뒷모습을 보았다.란지에가 어떤 얼굴을 하는지는 볼 수 없었다.

 

"그래...그렇지.뭐 어쨌든,우리 이 대화는 니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자.뭐,말 안해도 넌 그러겠지만."

 

"어,어...그렇지."

 

둘 주변에는 지나가는 학생들이 몇명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무슨 얘기를 한 건지 별로 상관 안할 만큼 그들은 비밀스럽게 대화하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까.니 친구가 기다리겠는데."

 

그러면서 란지에는 몸을 돌려 다시 오던 길로 가기 시작했다.보리스도 몸을 돌려 그를 따라갔다.그러면서 란지에와 이렇게 오래 대화한 게 언제인지 따져보고 있었다.

 

 

 

 

 

 

 

루시안은 나간 보리스를 기다리며 꽤 심심해하던 찰나였다.루시안이 기지개를 피는 데 갑자기 뒤에서 방문이 벌컥 열리자 루시안은 화들짝 놀랐다.

 

"누누누누누구야!"

 

"......나지 누구긴 누구냐."

 

"마,막시민!놀랐잖아!그나저나 조슈아한테 간 거 아니였어?"

 

막시민은 늘어지게 하품했다.조슈아한테 간 줄 알았던 막시민은 사실 수업 끝나자마자 방에 들어가 자고 있었던 것이였다.

 

"조군 녀석한테 가보긴 해야지...근데,숯가마 녀석은?"

 

"어, 화장실 간다고 했는데.헤,그보다 그 편입해온 란지에 말야!우리 빌라더라?"

 

루시안의 말에 막시민은 그게 누군가 조금 생각하는 눈치였다.

 

"아아,그 하늘색 머리에 시뻘건 눈한애?"

 

"응응!난 보리스랑 란지에가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그러냐...그나저나 밥먹으러 가자고.배고파 죽겠네."

 

막시민은 교복 마이를 대충 걸치며 대답했다.막시민에게 지금 편입생이 자기 빌라니 하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였다.

 

"어,조슈아한테 갈꺼야?"

 

"당연하지."

 

"보리스랑 란지에는?같이 가기로 했는데."

 

"우리 없으면 알아서 기다리겠지 뭐.얼마 걸리지도 않을 텐데."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던 루시안은 막시민이 나가려 하자 머뭇거리다 잠시 나갈 테니 기다리라는 쪽지를 써놓고 뒤를 따라갔다.막시민이 루시안과 함께 조슈아의 방에 도착하지 노크도 안하고 문을 벌컥 열었다.

 

"어어이,조군."

 

막시민은 조슈아의 방에 들어가면서 소리쳤다.거실에는 없었다.자기 방에 있나?

 

"조슈아!"

 

"야,너 여기있냐?"

 

막시민이 방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서 뭔가 열심히 하던 조슈아가 둘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무언가 한쪽으로 치웠다.집중하느라 둘이 요란하게 들어오는 것도 듣지 못했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그걸 본 막시민은 의심의 눈초리를 안 보낼 수 없었다.

 

"와,와,와,왔어?루시안,막군?뭐,뭔일이야?"

 

"글쎄 밥먹으러 가자고 불렀는데....왜이렇게 놀라냐?뭐야,그 치운거?"

 

"아,아,아무것도 아냐!"

 

이제 조슈아는 아예 온 몸으로 무언가를 가라고 있었다.막시민이 억지로 조슈아를 밀치고 종이 한장을 집어들었다.

 

"이게 뭐."

 

"돌려줘!"

 

조슈아가 자리를 박차고 뺏으려는 것을 막시민은 겨우 피했지만 조슈아는 계속 막시민이 잡은 것을 뺏으려고 난리였다.

 

"이리 달라니까!"

 

"아,글쎄 이게 뭐냐니까!"

 

"알거 없잖아!"

 

막시민은 계속 피하면서 글을 읽으려고 해도 조슈아가 자꾸 잡을 듯 말 듯 하는 바람에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조슈아가 하도 빠른데다 팔까지 길어서 왠지 잡힐 것 같자 막시민은 루시안에게 소리쳤다.

 

"야!얘 좀 잡아!안잡으면 죽는다!"

 

"어,응!"

 

마침 루시안 앞을 지나던 조슈아는 보기 좋게 루시안에게 잡혀버렸다.팔을 붙들린 채 조슈아는 빠져나오려고 버둥대지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그렇다.조슈아는 키만 컸지 루시안보다 더 체력이 약헀던 것이다.그 대신 조슈아는 소리만 질러댔다.

 

"루시안 너!이거 안와!너까지 왜이래!"

 

"으앗!가만히,있어!빨리 읽어...막시민!"

 

잔뜩 인상을 쓰는 루시안을 보던 막시민이 조슈아가 쓰던 것에 눈을 돌렸다.조슈아는 계속 소리질렀다.

 

"막시민!읽지 말라니까!루시안 너 진짜 나 화나는 거 보고 싶어?"

 

"그치만,그치만 널 놨다간 난 막시민에게 죽는다구!"

 

"뭐?됐으니까 빨리 놓으라니까!"

 

한편 편지를 읽는 막시민의 표정은 점점 변했다.꽤 재밌어하는 표정이였다.나중에는 아예 끝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어쨌든 뭘 더 써야 될지 모르겠네.어쨌든 나는 학교 생활 잘 하고 있어.친구도 많이 생겼고.뭐,그래도 너와 친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아악!그만해!"

 

조슈아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막시민은 그를 약올리는 듯 계속 읽기 시작했다.루시안도 낑낑대면서 열심히 귀기울이고 있었다.

 

"요즘 재봉사 일 많이 힘들지?그래도 너는 소질이 있으니까 괜찮을거야.그러고보니 너 생일이 언제더라?선물 보내주고 싶은데....방학때라면 한번 찾아가 볼께.그리고.....정말 보고싶다라고!!푸하하!"

 

막시민이 마지막 말에 폭소하자 조슈아는 귀까지 빨개져서 다시 버둥댔다.루시안은 하마터면 놓칠 뻔한 팔을 다시 붙드느라 애먹으면서도 말했다.

 

"뭐?진짜 편지에 그렇게 써있어?나도 볼래!"

 

"아,안돼!하지마!"

 

그러나 막시민은 실실 웃으면서 편지를 팔랑거리며 루시안에게 다가갔다.

 

"이거 완전 연애편지다?봐봐,내가 이녀석 붙들고 있으마."

 

"야,막군!너 정말 이럴래!루시안,하지마!"

 

"시끄러 임마!"

 

그러면서 막시민이 조슈아의 팔을 붙잡자 루시안은 쏙 빠져나와 막시민이 들고 있는 편지를 가져갔다.루시안보다 더 센 막시민에게 붙들린 조슈아는 잠깐 발버둥치더니 포기한 듯 힘을 뺀 채 불쌍한 얼굴로 루시안에게 애원하기만 했다.

 

"루시안 제발...돌려줘..."

 

"에...그치만..."

 

조슈아에게 약간 동정이 생긴 루시안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자 막시민이 루시안에게 재촉했다.

 

"야!너 아까 보여달라고 했잖아!그리고 이놈한테 속지마!이녀석 지금 연기하는 거라구!그런 거 볼 기회 흔한 줄 아냐?빨리 읽어!나도 붙들기 힘들어!"

 

사실 궁금하기도 했던 터라 막시민의 말에 루시안은 그냥 보기로 작정했다.

 

"리체....가 누구야?"

 

"있어,그런 애.야 그나저나 니가 리체한테 연애편지를 다."

 

"연애편지 아냐!"

 

"그럼 너는 저게 안부편지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막군 너는 그래도 같이 다니던 앤데 저 정도도 안쓰는 거야?너무하잖아!"

 

"당연하지!원래 안부 편지는 잘 있었냐 시작해서 잘 지내라로 끝나는 거라고!누가 보고 싶단 말을 쓰냐!"

 

"그럼 넌 리체가 안 보고 싶단 말이야?"

 

"누가 아니랬냐!안부편지에까지 그렇게 쓸 필요가 없다는 거지!"

 

루시안은 둘의 다툼에 아랑곳않고 편지를 죽 읽었다.그리고 읽으면서 점점 히죽거렸다.

 

"우와!이거 진짜 낯간지럽다!"

 

"그치그치!"

 

"누가 낯간지럽다는 거야!평소처럼 쓴 거라구!"

 

"그럼 넌 평소에도 리체한테 저런 낯간지런 말을 썼단 말이냐?"

 

"그러니까 낯간지러운 게 아니라니까!"

 

그 동안 루시안은 끝 부분을 다 읽고 있었다.그리고 마직막의 그 말을 찾아내자 키득 웃었다.

 

"조슈아 편지 진짜 잘쓴다!나 이거 보리스한테 보여주러 갈께!"

 

그러면서 루시안은 편지를 말고 뛰쳐나갔다.

 

"뭐!안돼!"

 

순간 잠시 막시민이 방심해서 힘이 빠져 있자 조슈아는 최대한 힘을 써서 막시민의 손을 빠져나왔다.그리고 루시안을 뒤쫓기 시작했다.보리스가 저 편지를 봤다간 정말 창피해서 기절할지도 모른다.

 

"루시안!"

 

"야,야!"

 

막시민이 차마 붙잡기도 전에 그 둘은 이미 방 밖으로 가가고 없었다.

 

 

 

 

이스핀은 삼층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기숙사가 정해져서 막 열쇠를 받고 오는 길이였다.그때 요란하게 소리지르며 계단을 내려가는 두 사람이 있었다.

 

"푸하하!"

 

"루시안,너 거기 안서!"

 

......너무나 순식간이여서 이스핀은 약간 어리벙벙했다.한명은 루시안인 것 같고 한명은 조슈아 소공작 같았다.그나저나 왜 저렇게 쫓아가는 거지 하면서 이스핀은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그리고 또 누군가를 만났다.

 

"응?"

 

"아....막시민,맞지?"

 

별로 첫인상이 좋지는 않은 녀석이였다.그나저나 이녀석이 왜 여기에 있지,소공작하고 같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는데 막시민이 말했다.

 

"아까 두녀석 뛰어가지 않았냐?"

 

"어?어.근데 왜 그렇게...뛰어간거야?"

 

"...알거 없다."

 

간단하게 말을 끊은 막시민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역시 저 귀찮아하는 태도가 이스핀은 맘에 안들었다.

 

"흥,별로 알고 싶지도 않네."

 

막시민은 들리지 않게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이스핀은 자기 기숙사로 다가갔다.그래도 명색이 공녀인지라 방은 꽤 좋게 주어졌다.점심 시간이 얼마 남자 않아서 이스핀은 얼른 교복을 갈아입어야 했다.지금쯤이면 방 안에 교복이 놓여 있겠지.

 

"아,있다."

 

이스핀은 문을 닫고 교복을 확인하기 전에 문 옆에 놓여 있는 자신의 세이버를 확인했다.손잡이를 잡고 날을 약간 빼서 본 이스핀은 다시 세이버를 칼집에 넣고 문 옆에 두었다.당분간 안 들고 다니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이스핀은 이제 거실의 테이블로 갔다.천에 싸여 테이블에 올려진 교복의 천을 빼자 교복 마이와 넥타이,블라우스,그리고 치마와 바지가 있었다.여자들도 활동성을 위해 바지를 입게 해주는 모양이였다.그래도 대부분 치마를 입지만 말이다.이스핀은 치마를 두 손에 쥔 채 한숨을 쉬었다.

 

"에휴-이거 입어도 되나."

 

이스핀은 어릴 때 이후로는 치마를 별로 입어본 적이 없었다.드레스 같은 건 이스핀 성격에 귀찮아서 잘 안입었었다.그래도 나이들면서 가끔씩 이스핀도 남들에게 예쁜 여자애처럼 보이고 싶었던 생각을 아예 안해본 건 아니였다.게다가 교복치마는 어느 정도 짧은 길이에 불편하지도 않고 디자인도 꽤 예쁘지 않은가.하지만 치마만 왔다면 핑계로라도 입을 텐데 바지까지 있으니 계속 바지만 고집한 주제에 교복치마를 입기는 좀 그랬다.왠지 어울릴지도 고민이였다.

 

"그래도...뭐 어때!"

 

결국 이스핀은 그냥 치마를 입기로 결정했다.어차피 공녀라는 게 밝혀진 이상 뭐가 이상할까...했지만 저번 반 애들 빼고는 다 내가 공녀인지 모를 텐데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는 중에도 이스핀은 주섬주섬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나저나,누가 먼저 들어가지?"

 

"어?"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가면 네 친구가 의심할걸."

 

란지에 말이 맞았다.빌라에서 친해진 척 연기하자고 약속한 주제에 같이 오는 걸 보이면 다 허사인 것이다.

 

"그럼 나 먼저 들어갈께.화장실 간다고 했는데,오래 있으면 안되잖아."

 

"아,그렇구나."

 

란지에가 수긍하자 앞을 본 보리스는 반대편에서 문득 누군가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그건...루시안이였다.그제서야 보리스는 당황헀다.란지에랑 같이 있는 걸 보이면 안되는데.

 

"라,란지에.앞에 루시안이....아니,나 잠깐 저쪽으로 갈게!"

 

보리스가 루시안을 피해 옆 길로 달려나가자 영문을 몰라 보리스를 보던 란지에도 앞을 보았다.

 

"루시안!"

 

"헉,헉!그만 쫓아와!"

 

앞에서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두명이 있었다.한 명은 란지에 옆을 쉽게 지나갔지만 다른 한명은.....

 

"아악!"

 

"어엇!"

 

다리를 삐끗해 옆으로 고꾸라지면서 그대로 란지에까지 깔고 넘어져버린 것이였다.

 

"아아...다리가..."

 

"으..."

 

뒤로 완전히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어버린 란지에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건 자신을 깔고 누워 있는 누군가도 마찬가지였다.루시안도 그 덕에 급정거를 한 채 넘어진 둘을 바라보았다.다른 코너에서 보리스도 그들을 당황스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알지 못했다.란지에는 눈을 뜨고 자신을 넘어트린 상대를 확인하지 조금 놀랐다.소공작이였다.조슈아도 란지에 위에 엎어진 채로 란지에를 멀뚱이 보더니 상황이 이해가 간 듯 꽤나 당황했다.

 

"미,미안!괜찮아?

 

"괘,괜찮습니다...그보다 내려와주셨으면 좋겠군요..."

 

"아아참!미안해."

 

조슈아는 급히 란지에의 몸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옷을 대충 털더니 란지에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내가 앞을 똑바로 못봐서.많이 다친 거 아니지?"

 

란지에는 조슈아의 손을 잡으며 살짝 웃으려 했으나 등이 꽤나 아파서 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예의상 안아프다고 해야 하는 게 정상이였다.

 

"괜찮아요,살짝 넘어진 거니까.그쪽이야말로 괜찮으신지."

 

"아아,괜찮아.다행이네."

 

그러더니 조슈아는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란지에도 따라 보니 루시안이 깜짝 놀라서 달려가려는 게 보였다.

 

"루시안 너 거기 서!"

 

조슈아는 소리치면서 달려가더니 그렇게 란지에에게 멀어져갔다....둘이 코너를 돌아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란지에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넘어질 때부터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도 점점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그러자 보리스도 조심히 란지에에게 다가갔다.

 

"란지에...괜찮아?"

 

".....쿡."

 

갑자기 란지에가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보리스는 란지에가 왜 웃는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가만히 있었다.혹시 넘어질 때 머리를 다친 건 아닌가 의심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란지에의 웃음은 뭐랄까,머리 다친 사람이 웃는 느낌이 아니였다.

 

"크흐흐,흐훗....아,역시 내 예상대로야.꽤 재밌는 사람 같아."

 

"조슈아...말이야?넘어진게?"

 

"푸훗.등이랑 엉덩이는 꽤 아팠지만 말이야.이런 만남도 꽤 재밌지 않아?처음 인사했던 그 때는 너무 식상했다구."

그러더니 란지에는 다시 빌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보리스는 도무지 그게 왜 재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란지에를 뒤따라갔다.

 

 

 

 

 

"잡았다!"

 

"으앗!"

 

겨우겨우 루시안을 뒤쫓아 조슈아는 루시안의 목덜미를 낚아챘다.그 충격에 루시안이 편지를 놓치자 조슈아는 재빠르게 그걸 낚아챘다.아까 조슈아가 다리를 살짝 삐끗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루시안은 조슈아를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였다.루시안이 다급히 편지를 뺏어보려고 애썼지만 조슈아는 급히 편지를 품 속에 숨겨버렸다.

 

"치,그거 보여주면 어때서.연애편지 아니라며!"

 

"어,어쨌든!편지는 한 사람만 읽는 거라고!두 사람이 더 읽었는데 뭘 더 바래?"

 

루시안이 계속 투덜대는 걸 무시하면서 조슈아는 막시민을 찾아 해맸다.루시안이 안잡히기 위해 한참을 달린 탓에 빌라는 물론 막시민과도 떨어져버린 것이였다.그나저나 아까 삐끗한 다리가 약간 욱신거렸다.그래도 란지에 덕에 그나마 이정도였다.란지에는 정말로 안아픈게 분명한걸까.거짓말 한 것 같기도 하고.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막시민은 어딨지?"

"아,그러게."

 

란지에 걱정에 잠시 막시민 찾기를 망** 조슈아는 다시 막시민을 찾으려는데 루시안이 제안했다.

 

"그러지 말고 일단 우리 빌라로 가자.아까 란지에도 들어가려는 것 같던데.막시민도 그족으로 오겠지 뭐.우리 시간 없다구."

 

"아,그럴까."

 

그들은 아까 돌았던 코너를 지나 도토리 발라로 돌아왔다.그 때 막시민도 마침 도토리 빌라로 다가오는 중이였다.

 

"아,막군 여기있었네."

 

막시민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결국엔 뺏겼냐."

 

"아,그게 조슈아가 너무 빨라서 도망칠수가 없다니까."

 

"하긴 저녀석 하는 건 없으면서 달리기 하나는 무지 빠르지."

 

"하하...달리가만 잘하는 건 아니라구.그나저나 우리 달려온지가 언젠데 이제서야 여기 도착한거야?"

 

"너희들 쫓아갈 내 체력이 아까워서 그냥 천천히 왔다.그나저나 두명 이제 들어왔나?"

 

"응.아까 란지에 봤으니까 보리스도 있겠지 뭐."

 

루시안은 말하면서 빌라 문을 얼어제꼈다.루시안 말대로 그 둘은 테이블에 앉아서 어느 정도 이야기 하고 있었다.잠시 단 둘이 같이 빌라에 있으면서 조금 친해진 것 같은 그 장면은 누구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셋은 동시에 소리쳤다.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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