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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에도 아침이 찾아왔다.
동쪽 하늘에서부터 붉은 빛이 퍼져 구름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어둠을 걷어내고 있을 무렵, 보리스는 벤야가 있는 분수대 앞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벤야는 동이 터오기 때문인지 밤보다 형체가 훨씬 흐릿해보였다.
불현듯, 감겨있던 보리스의 눈이 뜨여지며 청남색의 깊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벤야. 거기 있는 거야?"
"물론."
"햇빛 때문에 그런 건가...너, 잘 안 보여."
"난 죽은 자의 혼이니까. 당연하지. 너, 안 가봐도 돼? 인간들 말로는 오늘부터 엄청 바쁘다고 하던데."
"아...가 봐야지. 오늘부터 정상적으로 수업한다고 했던 거 같아. 첫날부터 늦는 건 좀 그렇겠지?"
"가 봐."
"낮에는 계속 돌아다닌 댔지? 그럼 만날 수도 있겠네?"
"만나더라도 네가 날 볼 수 있을까? 낮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안 보일텐데?"
"으음...그것까진 장담 못하지만 어쨌든."
"아마도."
애매하게 대답한 벤야는 그대로 몸을 띄워 분수대의 꼭대기로 올라가 앉았다.
차가운 새벽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연하늘빛 머리카락을 흩트려 놓았다. (유령이라도 자연의 영향은 받는 것 같다고 보리스는 생각했다.)
어쨌든,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기에 보리스는 벤야를 뒤로 하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
기숙사로 돌아가자 이미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란지에가 차를 마시며 보리스를 맞이했다.
검은색이라기보다는 고동색에 가까운 바지와 약간 어두운 붉은색의 교복 상의가 정말 잘 어울렸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방에 없던데?"
"잠을 좀 설쳐서, 산책이나 좀...꽤 일직 일어났네, 란지에?"
"나야 뭐, 익숙하니까. 루시안 군하고 막시민 군도 깨우려고 했는데 못하겠더라. 루시안 군은 네가 깨울 수 있을 것 같던데?"
"아아, 아마도. 막시민은...아마 누군가 깨우러 올 거야. 아마..."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이라고 란지에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보리스는 기숙사의 네 개의 방 중 루시안이 사용하는 왼쪽의 문간방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루시안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었다. 맘 같아선 실컷 자게 해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루시안이 정오나 되서야 깰 테니 별 수 없었다.
"루시안, 아침이야. 일어나."
"우우웅..역시 초코 파르페는 최고야...흠냐..."
"루시안...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면 '삶은 당근'을 입에 넣어버릴 거야. 그래도 상관 없다면 계속 자도 좋아."
보리스는 평소의 침착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뿐이었지만 그 말 속에 들어있는 '삶은 당근'이란 단어의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편안히 자고 있던 루시안의 안색이 급격하게 파랗게 변하더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는 표정의 루시안이 눈을 번쩍 떴다.
"사...삶은 당근?! 지...진짜 그걸 입에 넣을 거야? 너무해!!"
"만약 네가 계속 잤다면 입에 넣을 생각이었어."
"우우, 보리스~!!!"
"얼른 교복 입어. 간단하게 식사하고 수업 들으러 본관으로 가야 하니까. 하아..이제 문제는 막시민인데...역시 그 녀석은 '소공작'에게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나..."
다른 방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또 하나의 루시안을 떠올리자 절로 한숨이 새어나오는 보리스였다.
***
루시안 마저도 교복으로 갈아입고 식사까지 끝마친 상태에서 막시민만이 여전히 잠에 취해 있는 가운데 드디어 보리스가 기다리던 아르님 소공작, 조슈아가 기숙사에 찾아왔다.
루시안의 횡설수설과 보리스의 침착한 설명(이라기보다는 루시안의 말의 통역)을 번갈아 들어가며 상황을 파악한 조슈아는 딱 한마디만을 내뱉었다.
"저 녀석한테는 '술'이 최고야."
그렇게 말한 조슈아는 두 사람을 이끌고 막시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잘 봐.'라고 말한 조슈아는 막시민에게 다가가서 그를 흔들어 깨웠다. 막시민이 조금 뒤척이자 조슈아의 입에서 막시민을 깨울 수단이 될 엄청난 말이 흘러나왔다.
"막군, 블루코럴산 50年 숙성 포도주, 그만 실수로 깨트려버렸어."
그렇게 말한 조슈아는 두 손으로 귀를 막더니 눈짓으로 보리스와 루시안에게도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이 재빠르게 귀를 막자 그 직후 죽은 듯 잠자던 막시민에게서 엄청난 괴성이 터져나왔다.
"끄아아아아악!!!!! 조군 너 이 자식!! 그 귀한 술을 지금 깨먹었다는 거냐?!! 장난해, 지금? 그게 얼마나 귀한 술인데!!"
루시안의 '삶은 당근 효과'를 방불케하는 상황에 보리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덨다.
그리고 그렇게...보리스 일행의 네냐플에서의 첫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 전체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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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카르시엔2009.03.22아아, 역시 그런 오해가;; 카르시에나는 100% 카르시엔과는 다른 사람이랍니다^^:; -
네냐플 4대소녀2008.12.19아놔 ㅋㅋㅋㅋㅋ 막군 귀엽다 -
하이아칸 jse5252008.12.07재밌게 읽었습니다....하아.혹시 카르시엔님이신가요?? 그냥 이름이 비슷하네요.^^;;그분도 중간에 그만두셨구..ㅠㅜ,, 재밌게 읽었는데 말이죠...아니면 너무 죄송하네요^^;; -
네냐플 카르시에나2008.10.21그런가요? 그렇지만 막군 특성상 노숙하는 것도 많아서..ㅋ;; -
네냐플 youkill호욱2008.10.19허어;;;; 막시민이 갑자기 술을 엄청 좋아하는 스탈일로 나오니까 난감 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