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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5. 한밤의 세레나데

네냐플 카르시에나 2008-10-05 16:24 966
카르시에나님의 작성글 1 신고

네냐플에도 밤이 찾아왔다.

 

고요함만이 감도는 기숙사. 그 중 보리스와 루시안이 이용하는 기숙사방에도 침묵만이 감돌았다.

 

 아니, 누군가의 방 문틈으로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과 함께 고요히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이 낮게 깔렸다.

 

 란지에 로젠크란츠의 방이었다.

 

 또한, 정말 행복한 듯이 해실해실 웃는 소리가 다른 방에서 흘러나왔다. 루시안 칼츠의 방이다.

 

 막시민 리프크네의 방에서는...가끔 뒤척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보리스 진네만의 방은....'아무도 없었다'

 

 단지 기숙사 밖의 오솔길로 이어지는 창문만이 살며시 열려 있었을 뿐....

 

그렇게 한밤의 기숙사방에서는 각기 다른 네 명의 일과가 마무리지어지고 있었다.

 

###

 

 기숙사 근처의 공원. 그리고 그 곳에 위치해있는 자그마한 분수대.

 

 그 앞에...기숙사방에서 사라진 소년, 보리스가 앉아있었다.

 

 "약속대로, 다시 왔어. 거기 있는거니?"

 

 "물론."

 

 두런두런 이야기소리가 들려왔다. 보리스 말고도 다른 존재가 그 곳에 있었다.

 

 보통사람의 눈엔 거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그 곳에 존재하는 또 한명의 존재.

 

 유령소녀, 벤야였다.

 

 "정말로 왔네? 인간들은 주로 낮에 활동하기 때문에 보통 밤에는 움직이지 않던데?"

 

 "뭐...하루 쯤은 그냥저냥 괜찮을 것 같지 않아?"

 

 "그래?"

 

 "응."

 

 "그래서, 이번에 온 용건은?"

 

 "그냥, 보고싶었달까...이유는 그것밖에 없네."

 

 보리스가 실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확실히...이유가 없긴 했지만 평소의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별다른 이유나 구실이 없다면 이 밤중에 굳이 이런 분수대까지 나올 일따윈 없었으리라. 더구나 자신이 가드해야 할 대상인 루시안이 곤히 잠들어 있는 기숙사를 뒤로 하고 말이다.

 

 "흐음...너, 이상하네."

 

 "응. 확실히 평소대로라면 절대로 안 했을 행동이기는 해. 하지만...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아닌가?"

 

 "....좋을 대로 해."

 

 벤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 보리스를 잠시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돌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보리스 쪽을 향하는 것이, 아무래도 보리스가 찾아와 준 것이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루시안을 방불케 하는 행동에 보리스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고는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넌...여기서 뭘 하고 있어?"

 

 "하다니, 뭘?"

 

 "여긴 사람들이 별로 찾아오지 않는 곳이잖아. 왠지 모르게 넌...다른 사람하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냥 있을 뿐이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심심하지 않아?"

 

 "그다지."

 

 "쿡쿡...벤야, 너...대단하네. 루시안이라면 아마 5분도 안 돼서 '아아, 심심해, 심심해! 나 그냥 애들이랑 놀래~!'...이러면서 뛰쳐나갔을 텐데.."

 

 "루시안? 저번에 네가 찾았던 사람?"

 

 "응. 그 녀석이 나이보다 어려보여서 그런지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가만히 앉아있으면 좀이 쑤신가봐. 잠시도 가만히 못 있어."

 

 "....재밌네. 그 사람."

 

 "그런가? 뭐, 그 녀석을 옆에서 지켜야 하는 나로서는 조금...골치아픈 성격이지만, 그래도 침울한 것 보다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루시안을 떠올리자 다시 웃음이 났다.

 

 아아, 정말 평소의 나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오늘은 이상하네...뭐, 상관없을까?....라는...평소의 보리스 진네만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생각들을 하던 보리스에게 벤야가 말을 걸었다.

 

 "....해 줘."

 

 물론...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보리스였기에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말이다.

 

 "음? 미안, 못 들었어."

 

 "노래. 불러 줘. 너라면 잘 할 것 같은데?"

 

 "노래...?"

 

 "그래, 노래."

 

노래라.... 보리스는 침묵했다.

 

달의 섬을 떠나오면서....정말 많은 것을 버렸다.

 

나우플리온도....이솔렛도....그녀에게서 배운 찬트도.....

 

달의 섬에 있는 청동 그릇에 머리칼을 남기고 오는 것으로 그 전부를 포기해야 했다.

 

딱 한 번...노래를 불렀었다.

 

오직 한 사람....나우플리온을 위한 노래...그러나, 지금은...

 

이 아노마라드에서는 부를 수 없다. 금기니까...

 

 "난....노래 못 해. 예전엔 아니었지만...지금은 부를 수 없어."

 

 "흐음....머리카락을 남겼다고? 그럼, 내가 그걸 가져오면 되는 거지? 한 올도 남김없이 말이야."

 

 "뭐...? 아니, 그보다 어떻게 그걸...!!"

 

 설마....읽은 것일까?

 

벤야는...유령이니까 남의 마음을 읽는 것 따위는...간단할지도...

 

 "읽은 게 아니야. 그저...네가 생각을 강하게 했기에 보였던 것 뿐이지."

 

멍해 있는 보리스의 귓가에 당연하다는 듯한 벤야의 목소리가 울렸다.

 

###

 

그 시각. 달의 섬에서는 한차례 사단이 났다.

 

청동그릇에 고이 담겨있던 청남색의 머리칼 한 줌이....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본디 청동그릇은 섬의 존망을 위해...영원히 섬을 나가는 자들에게 금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

 

그런데....그 곳에 있던....금기를 어겼을 시 제제를 가할 수 있던 수단이 사라져버렸다.

 

타버린 것이 아니다. 타버렸다면 필히 흔적이 남았을 터.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진 것이다!

 

 "이....이 무슨....!"

 

 섭정왕의 딸, 리리오페는 그 보고를 받은 즉시 연유를 알아보기위해 달의 섬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거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섭정왕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그녀의 외출은....사제들에 의해 허락되지 못했다.

 

 "검의 사제, 나우플리온이 그 머리칼의 주인과 친분이 있었으니 그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오! 검의 사제의 방랑벽은 다들 알고 있지 않소이까! 그를 또 내보내시겠다는 거요?"

 

 열띤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차갑지만 맑은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제가 갑니다."

 

목소리의 주인은......신성 찬트와 티엘라의 유일한 계승자...이솔레스티였다.


그러자 리리오페가 대번에 반대를 하고 나섰다.


 "하, 이솔레스티, 당신이 간다고 했습니까? 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당신은 그 머리칼의 주인과 상당히 친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당신이 그를 발견하더라도 그를 처벌하리라고 믿으란 겁니까, 지금!"


 "리리오페, 당신은 지금 섭정왕의 대리입니다. 섭정왕의 대리가, 지금 달의 섬에 사는 주민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신 겁니까?"


 "그..그건!!"


 "검의 사제께서도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리리오페의 말대로 제가 못할 경우...당신이 하시는 겁니다. 최소한....제자의 목숨은 스승이 끊어주는 것이 예의겠지요. 이의 있습니까?"


 "......"


 "그럼 내일....검의 사제와 제가, 처단하러 가겠습니다. 그리 알고 계십시오."

 

###


 "자, 이것. 네 것 맞지?"


 "아...응..."


 "한 올도 남김없이 가져왔어. 그러면, 노래 부를 수 있겠지?"


 "으...응....."


 "그럼 불러."


 어딘가....거부하기가 힘든 마력이 깃든 벤야의 목소리에 보리스는 반사적으로 즉흥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자아냈다.


 [바다를 건너 먼 곳에 그 나라는 존재했다.


  커다란 대륙의 한 가운데에 단 하나뿐인 마법의 제국이...


  언제나 풍요로운 그 나라에는 항상 음악이 울려퍼졌다.


  축제가 끊이지 않았다. 웃음소리가 멎지 않았다.


  그러나 한 순간에 닥친 재앙은 그 모든 것을 앗아갔다.


  시간 앞에 스러져간 제국의 잔해는


  이제는 저 붉은 모래 속에 파묻혔고


  제국의 존재는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갈 뿐...]


 소년의 노래는 네냐플의 밤 속에 고요히 고요히 퍼져나갔다.

전체 댓글 :
1
  • 막시민
    네냐플 youkill호욱
    2008.10.06
    으음..... 다이어리의 댓글을보니 카르시에나 누님이군요 ㄱ- 아 제 소설에서 제친구가 이상한 댓글단거 그냥 무시주실기 바래요;; 그런데 저도 한번만 추천작 올라가보고 싶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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