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글이 없어져서 깜짝 놀랐는데 여기 와있었네요(..)
다른 분들에 비해 글도 못쓰는 제가 여기 와도 되는걸까요[도주
그래도 앞으로 잘부탁드려요(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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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없다. 위, 아래, 옆, 혹시 어딘가에 쓰러져 있을지도 몰라 사방팔방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사라져버린거냐고?!
"어이! 장난치지 마!"
대답은 없었다. 영원과 같은 침묵이 지나가고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왜, 분명히 마이크가 환상의 근원이었던것은 맞는데, 어째서인거야. 설마 죽어버린거야? 조슈아를 막으려면 한 순간이라도 허술해 질 수 밖에 없잖아. 게다가 이 쏟아진 피들...익숙해. 익숙해서 더 기분나쁘잖아. 당사자가 죽어버리면 여태까지 두고 왔던 조슈아랑 루시안은 어떻게 되는 거냐구. 순식간에 눈물이 밀려 올라왔다. 아니, 그의 잘못이 아냐. 마지막에 조슈아를 막지 못했던 내 잘못인데. 죽으면, 죽으면 안돼.
'들려?'
어라. 뭐야, 뭐야, 뭐야?! 황급히 기대고 있던 벽에서 등을 떼었다. 귀신이냐?! 이번에는 귀신인거냐고?!
'막시민? 나다.'
"아아, 보리스구나. 잠깐만. 이거 어째서 이렇게 한가한 목소리? 너 죽은거 아냐?"
'안죽었어. 머리카락이...조금 잘려나간 것 뿐이야.'
"다행이네. 그런데 거긴 어디야? 갑자기 벽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아마도 그쪽이 진짜인것 같네. 문이 있어?'
"응. 빨간색 트럼프가 그려져 있고 금색이 문을 따라 둘러져 있어. 그리고 문에는 체크 무늬가 얼룩져 있고. 그런데 그렇게 규칙적이지는 않아."
'그럼 내가 그쪽으로...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네. 지금 갇혀 있거든.'
귀를 반대쪽 벽에 가져다 대었다. 좀더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완연하게 지친 빛을 띄고 있었다. ...약을 맞은건가?
'계속 가.'
"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째서. 너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거야. 너를 구하려고 루시안과 조슈아는 생사도 모르고 있어. 그런데 왜 그렇게 쉽게 내버리는 거냐고.
'여기서 빠져나가. 아아...루시안하고 조슈아를 기다려 주면 좋겠다. 같이 나가서, 네냐플로 돌아가는 거야.'
"네 멋대로 하게 놔둘 것 같아?! 너때문에 우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냐고! 루시안하고 조슈아가, 아무 조건 없이 나와 너만 놔두고 그 생사도 보장하지 않는 곳에 남았을까?! 전부 너와 나를 믿어서, 꼭 마지막에 다들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 보내준거라고. 그런데 그런 것도 모를 네가 아니잖아! 꼭 집어서 맞는 말만 하는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을 내버리려는 보리스 때문에? 아니, 그뿐만은 아니야. 자신을 내버리려고 선택하는 보리스에게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나 때문이야. 그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나때문에. 까득, 이를 깨물었다. 주먹을 쥐어 벽을 내려쳤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루시안과 조슈아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멍청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그만해. 나를 죽이지는 않을거야. 아직 그들은 나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캐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못할거라고. 스노우가드가 사라져 버린것을 말할때까지, 나는 안전해.'
"그래서! 그러다가, 실수로 어떻게 되면? 미쳐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누가 책임을 지지?! 그들은 더이상 무리라고 생각하면 쉽게 내다 버릴 수 있는 인간들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루시안이 올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줘. 너라면 견딜 수 있잖아. 나보다는 훨씬 강하니까."
대답이 돌아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순히 자신의 심리상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칠듯이 긴 시간이 지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
눈앞이 검게 변하는 목소리. 손가락 끝이 벽을 파고드는 것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느껴지는 공허감.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쉽게 져버리는 거지? 이렇게 져버리는 아름다운 꽃따위, 처음부터 피지 않았다면. 신이라는 작자에게 외치고 싶어. 창조주는 어째서 이런 불완전한 피조물을 사랑하는 거냐고.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거야."
벽에 박힌 손톱을 뽑아냈다. 이미 긁혀버린 손톱은 부러지고 깨져 더이상 쓸 수 없을정도로 망가졌지만 이상하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비척비척 일어나 똑바로 서자 머리가 아파왔다.
"으아아아아아아!!!!!!!!!!"
아파. 머리가 아파. 아니, 머리 뿐만이 아니라, 심장이 뛰고있는 곳, 생명의 근원도 아파와. 심장을 움켜쥘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터뜨려버릴 듯한 고통이 순식간에 몰려와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했다. 보리스는 잠들어 버린 건가? 아니면 또 한번 발작이 찾아와 버린건가.
"하...욱...안돼...아직은...포기 못해...."
벽을 향해 부질없는 주먹을 내질렀다. 아직, 아직은 안돼. 지금 여기서 포기해버린다면 고장나 버릴 것 같은 심장이, 버티지 못해. 다시 한번 주먹을 부딪히고, 부서진 벽의 파편이 여기저기로 흩날렸다.
"조금만 더.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말과는 달리 벽은 거의 꺼지지 않았고, 의식은 점점더 멀어졌다. 필사적인 주인을 좀 도와달라고, 내 정신아. 하지만 한 번 놓친 의식은 점점더 암흑속으로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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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몇 편 남지 않은 것 같군요. 으음, 그리고 다음편에서는 아마도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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