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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익후 여기 붙여넣기 안되는구나 메모장에 썼는데(..)
이거 언제 다 옮기지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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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으라고 하면 억지다. 이런 물리법칙따위는 무시한 듯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뭐, 이렇게 외쳐봤자 들어줄 신따위는 믿고 있지 않으니까. 옆에서 당황한 듯한 얼굴을 짓고 있는 보리스를 끌어당겼다.
"여긴...애니관?"
"어떻게 된거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귀찮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정말 나도 모른다니까. 분명히 나는 제대로 문을 열었다고. 그런데 왜 네냐플의 애니관이 나와버리는 거냐고. 뭐 이런 만화같은 사기 설정이 다있어.
"우와, 이거. 엄청난 시선들인걸."
게다가 지각한 설정이다. 망할.
"보리스! 막시민! 뭐하는 거야? 사이좋게 지각이잖아!"
노란 병아리가 손을 흔들었다. 루시안이라면 분명히 각성해서 남았는데. 밑에 남았던 루시안이 어째서 이런 곳에? 게다가 그 옆에는 조슈아가 있잖아.
"막시민 리프크네. 보리스 진네만. 지각을 했으면 빨리 들어오란 말이다."
분노의 교수님. 순식간에 날아온 하얀 분필이 이마를 강타하고 둘로 쪼개졌다. 상당히 아픈걸. 고작 황산칼슘 반수화염을 굳힌 것 주제에.
"왜 나만...흐으..."
"옆자리 비워뒀어! 빨리 와!"
루시안이 기세 좋게 손을 흔들었다. 저러다 엎어지겠다...
쿠당!
나 점집이나 할 걸 그랬어.
"루시안?!"
과보호 호위기사 보리스는 루시안이 넘어지자 마자 뛰어간다. 아아, 보리스. 힘내라, 보리스. 잠깐만 내가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 카운트 다운 3시간이라며,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막시민 리프크네 인생 17년 가장 당황한 순간이다. 아,처음은 망할 부친이 수도로 훌쩍 가버렸을 때였구나. 온갖 잡생각들을 다 해가며 반대편 책상까지 가 앉았다. 일부러 보리스의 옆자리에 앉아 교과서의 귀퉁이를 찢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은 뭐지?'
'아마도 여기는 단순한 환상인 것 같아. 매개체만 제거하면 될텐데. 혹시...'
쪽지를 건네받고 그를 쳐다보았다.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그래, 역시나 비밀 많은 숯가마구나. 아직 어깨의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는데. 해독제가 있기나 하는 걸까. 그냥, 꿈이었던거 아닐까.
'정신차려.'
보리스가 펜촉으로 손가락을 몇 번 건드렸다. 그리고는 다시 쪽지를 보냈다.
'교수님의 목소리에 집중해봐.'
'아아?'
교수님 목소리만 들으면 잠이 오잖아. 뭔가 갈라지는 듯한, 두가지 목소리...?!
'마이크가 이상한 것 같아. 기계음이 섞여 들리는 듯한 것 느껴? 마력이 담겨져 있어. 환상을 만들어 내는건 아마도 저 마이크일거야.'
'그럼 저 마이크를 부수면 되는건가?'
쪽지를 옆으로 살짝 밀었다. 하얀 종이가 옆으로 건네지고, 어라?
"큭...뭐...야...?!"
목이 아프다. 뭔가가 조르는 느낌. 긴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 점점 아득해진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티치엘의 백금발...?
"아아, 동료가 너무 똑똑하면 귀찮은 법이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손톱이 파고드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혈액.
"쳇...치직...망가졌....치익...군..."
붉은 액체가 시야를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들려오는 검을 뽑는 소리와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들켰어. 이제 마이크를 부수는 수밖에 없군.
보리스가 등을 맡겼다. 꽤나 앞자리였기 때문에 적은 주로 뒤에 몰려있었다.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고 나도 앞으로 달려드는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를 베었다. 순식간에 튀는 살점과 붉은 피가 교복을 물들였다. 저절로 눈이 가늘어졌지만 맨 앞에 있는 강단을 베기 위해 어쩔수 없는 것이겠지.
"조심해."
"너야말로. 그쪽이 훨씬 심하잖아?"
농담만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 이미 찔린 듯 너저분하게 널부러진 시체에는 익숙한 빛깔들의 머리카락도 몇 보였다. 거리낌 없이 베어나가는 보리스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하앗, 얼마나 남은거지."
"이제 앞은 거의다 정리, 히익, 했다구."
우와, 볼품없다, 나. 같은 남자로서 볼품없는 비명이잖아? 게다가 내가 벨 때는 검이 반 밖에 안들어가서 기분나쁘다고. 목이 반만 잘라진 시체라던가 머리가 반만 갈라진 시체라던가 허리가 반만 잘린 시체라던가. 아니 그보다는 시체가 기분나빠!
"후왓."
미끄덩, 누군가의 내장을 밟고 넘어졌다. 으와, 진짜 싫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구. 드디어 앞의 녀석들이 정리되어 이제 강단까지 직선 코스밖에 남지 않았다.
"뛰어!"
뒤에서 보리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도 알아. 여기저기 흩어진 시체들의 조각을 피해 달려가는 내 폼, 역시나 추하겠지. 보는 사람이 한명밖에 없어서 다행이다. 갑자기 그림자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막시민, 이건 심하잖아?"
검을 든 조슈아...잖아. 어째서, 앞에 있던 녀석들은 전부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았던거야?
"조금쯤은 생각해 달라고. 죽는 사람들을."
달리기를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 멈추면 안돼. 내 뒤에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보리스를 생각해서라도. 팔 하나쯤만 버린다면 막을 수 있을거야.
"비켜!"
누구의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검이 내 쇄골을 관통하기 직전, 누군가가 조슈아의 팔을 베어냈다는 것 빼고는. 하얀 팔이 바닥에 떨어지고, 조슈아의 몸이 무너졌다.
"미안...해..."
이를 악물었다. 눈이 감기지도 않은 채로 나를 쏘아보는 조슈아를 놔둔 채로 계속 달렸다. 강단에 도착하고, 마이크를 내려쳤다.
"끝이다!"
뒤가 허전해. 등이 너무 추워. 누군가가 없잖아.
"아아...?"
순식간에 강당은 없어졌다. 무너지듯 사라지는 강당의 너머에 트럼프의 하트가 그려진 문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보리스?"
대답이 없었다. 그제서야 어깨에 한기가 든 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
잘려진 검청빛 머리카락과, 누군가의 혈액이 온통 어깨와 머리카락을 적신채로 그가 없다는 사실만을 강하게 증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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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상해. 오랜만에 길어. 아니 그보다는 점점더 막장으로 흘러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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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쥬앙페소아2008.07.09와 점점 잘쓰시는거 같네요(니는 언제한번 글올릴래?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