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조슈아
소설

광(狂)

네냐플 하현비 2008-05-12 02:01 606
하현비님의 작성글 3 신고

막군X조군 커플링인 여성향 소설입니다.

거부감 있으신 분은 '뒤로' 버튼을 눌러 주세요.

 

 

 

          *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미쳤었다고 믿고 싶다. 여전히 귓가에 쟁쟁히 울리는 듯한 낮은 비음이나, 허벅지 위로 흐르는 땀, 눈물, 애원하는 듯한 눈동자- 그 모든 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짧은 밤은 이미 뜨겁게 지나 버렸고, 발가벗은 채 내 배 위에서 색색거리며 잠든 녀석은 분명히 조군이다. 게다가 확실히 말하자면 나는 어제 제정신이었다. 그 녀석이 어제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섹시했다는 사실만은 99% 정도 확실하고, 나는 100% 확실하게 유혹당했다. 그래도 조군이 딱히 나를 유혹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멋대로 덮쳐버렸을 뿐- 울려 버렸는데도 멈추지 못했다. 이성이 감정보다는 강하다고 여겨왔던 나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부드럽게 안지도 못했다. 흘러가는 욕망에 나를 내맡겼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려나.

 

  어쨌든 난 조심스럽게 조슈아를 옆에 내려놓곤 일어났다. 그리고 나갈 양으로 문 앞에서부터 격렬하게 벗어던진 옷들을 하나하나 주워다 입었다.

 

  "…가려고?"

 

  흠칫, 떨며 돌아봤다. 언제 일어났는지 그가 눈을 비비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뒤쪽에 햇빛이 가득 비쳐들고 있는 탓인지, 녀석은 꽤나 예뻐 보였다. 하기야 원체 예쁘장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밤엔 그렇게 운 주제에 눈도 붓지 않았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긴 했다. 목이 쉬어서 평소의 소년 같은 고운 목소리와 달리 약간 허스키하다.

 

  "…응."

 

  난 자신 없게 대답했다. 조슈아가 웅얼거리듯한 말소리로, 막바로 받아쳤다.

 

  "넌 비겁한 녀석이야."

 

  뭐라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난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믿지 않으려고, 잊으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나는 비겁한 녀석이 맞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문을 열었다. 나가려고 한 것이었지만, 곧 들려오는 쿠당- 하는 요란한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조슈아는 답지않게 침대에서 알몸으로 굴러떨어져 있었다. 어쩌면 저마저도 연기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지만, 나는 결국 돌아가서 조슈아를 안아들었다.

 

  "살살 다뤄 주겠어? 굉장히 힘든 상태거든."

 

  그러면서 녀석은 가느다란 팔로 나를 꽉 안는다.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연기일까. 어제도 그렇다. 나는 그린즈의 여관에서 하룻밤 비를 피하려고 2층으로 올라왔었다. 새벽에 난데없이 비에 홀딱 젖은 채로 등장한 것도 어쩐지 조슈아라는 녀석치고는 부자연스러운 등장이다. 유혹인지 뭔지도 정확하진 않지만 문을 열자마자 힘없이 안기는 그 녀석에게 순간 발동해 버렸고, 비에 젖어 질척대는 옷들을 전부 벗겨 버리고 침대로 던져 놓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반항이 심한 것도 아니었고, 순순히 안겨들어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던 것도 사실이다. 잘 생각해 보니 희미하게 페퍼민트 칵테일 냄새가 났던 것도 같았다.

 

  "어제 넌, 취했던 거야?"

  "그럴 지도."

 

  정말이지 답지 않다. 답지 않게 추측형으로 말하고 있다. 조슈아에게 '자신 없는 대답' 같은 건 없는 줄 알았다. 여전히 취해 있을 가능성은-, 아마도 없을 테고.

 

  "막시민, 내가 죽으면 부디 네가 잘 지나다니는 셀바스의 둔덕에 묻어줘."

  "거긴 평원인데 둔덕이 어디 있어, **할. 갑자기 웬 유언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그는 얼굴을 살풋 찌푸리며 허리를 연신 눌러댔다. 난 반쯤 열려져 있던 문을 뻥 차서 닫고는, 아파하는 녀석을 침대에 대충 엎드리게 하고 허리를 문질렀다. 조슈아는 꽤나 아픈 모양인지 몸을 움찔대다가, 곧 잠잠해졌다. 살결도 보드랍고. 그 녀석의 옴폭 패인 등의 라인을 쳐다보고 있자니, 어젯밤이 생각났다. 어쩐지 능숙한 듯, 조이는 테크닉이 좋았다. '능숙하다'라는 말은 조슈아에게만은 '많이 해봤다'는 소리는 아닐 거다. 어떤 방면에서든지, 무엇이든지 잘 하니까, 이 녀석은. 아마도 **조차도. 불운한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대신에 말이다.

 

  "아직도 죽을 것 같냐?"

  "움직일 수도 없을 지경인 걸. 사실 네가 그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

  "…시끄러. 일부러 그런 거야, 너?"

 

  취했다고 허튼 짓을 할 놈이 아니다. 내가 아는 조슈아라는 놈은 자기 주량이 얼마인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알고 있을 녀석이다. 일부러라면 몰라도, 맨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때까지 취하지는 않았을 거다. 일부러 그러더라도 무슨 행동을 할 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취한 상태에서도 결코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을 만들어낼 녀석이었다.

 

  "그래. 내 행동은 원래 전부 계산된 행동이라는 거, 넌 알고 있잖아."

  "글쎄, 전부일까. 너는 내가 그렇게 빨리 너를 덮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잖아? 네 행동까지는 모르더라도 남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으니까 '전부 계산되었다'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자만이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군. 사실 내 입장에서는 네가 가장 예측할 수 없는 타입이야. 난 네가 적어도 이성이 감정보다는 강한 남자라고 생각했었고, 내가 좀 헤롱거린다고 막바로 침대로 던져버릴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하지만 내가 아는 막시민 리프크네라는 남자는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어젯밤 일을 객관적으로 검토했을 거야. 그리고 믿고 싶지 않지만 너는 완전히 제정신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테고. 그렇지 않아?"

 

  나는 내 잔머리보다 훨씬 더 재빠르게 돌아가는 조슈아의 뇌에 찬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박수는 조용히 가슴으로만 치고, 겉으로는 고개만 두어 번 주억거렸다. 그리고 여전히 녀석의 허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조슈아는 기분이 좋은 듯 흐, 하고 가벼운 소리를 냈다. 어쩌면 저것도 유혹일지도. 아침이긴 하지만 조슈아는 알몸이었고, 약간 비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조슈아에게 꽤나 강하게 질책받고 있는 입장에서 아침부터 덮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아플 줄도 생각하지 못했어."

  "……흥."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계산된 행동이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조슈아만큼 천재가 아닌 이상,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녀석이 내보이는 그 ''을 쳐다보면서, 내가 해야할 일을 정하는 것. 녀석이 내게 원하는 것을 해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이니까. 그래서 조슈아는 내가 예측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말한다. 난 다른 건 모르지만 조슈아가 '선택'하라는 '문제'만큼은 정확히 잡아낼 수 있으니까. 그 녀석이 어떤 의도로 문제를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의도를 추측해보는 것도, 녀석이 의도한 선택에서 약간 벗어난 선택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녀석은 내 선택을 이리저리 분석하며 다시금 문제를 낸다. 우리는 서로 분석하고 파헤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도, 믿지 못한다.

 

  "이제 괜찮아졌냐?"

  "…조금."

 

  역시 오늘따라 답잖다. '조금'이라니, 괜찮아진 것도 아니고 안 괜찮은 것도 아니고- 확실하지가 않다. 오늘의 문제는 정말 의도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조슈아는 반짝이는 옅은- 청색과 회색이 뒤섞인 예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았다.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답답한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대체 뭐야, 조슈아. 날더러 어쩌라는 거야?"

 

  결국 나는 짜증스럽게 본심을 뱉어냈다. 꽤 어려운 '선택'이었다. 솔직해진 것은 오랜만이다. 하지만 선택이 어려울 때 솔직해지는 건 가끔 도움이 된다. 조슈아도 이번의 내 행동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는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슬그머니 웃었다.

 

  "도둑놈처럼 웃긴."

  "난 지금 내가, 여전히 취해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제 마신 칵테일은 자고 난 후에도 취해있을 만큼 도수가 높진 않더군. 그리고 아마 너는, 내가 취한 채 하는 말이라도 진지하게 듣겠지, 너는 내가 계산된 인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농담처럼 진심을 말할 수가 없어. 우리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진심을 말하기가 힘든 거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조슈아?"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조슈아는 이쪽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몸도 동시에 돌렸다. 어제 다 보긴 했지만 괜시리 민망해져서 던지다시피 이불을 녀석의 몸 위에 올려 놓았다. 조슈아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나를 꽤나 강렬하게 쳐다보면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렇게 강렬하게 쳐다보면서, 눈도 감지 않고 입을 맞췄다. 결국 내가 눈을 감아버렸다. 그는 달콤하게 혀를 밀어넣고 타액을 빨아마시다가, 또 순식간에 부드럽게 입술을 휘감아 짧게 키스를 끝냈다.

 

  "…뭐야?"

  "사실은,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어."

 

  햇빛이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난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쳇,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면서 말이다. 조슈아는 맑게 웃었는데, 그 웃음이 예뻤다.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이 훌륭한 배우는. 하지만 진심은 없고 그 모든 행동이 연기라고 해도, 진심을 말하는 것마저 연기라고 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연기하는 목적이 나를 놀리고 싶어서건, 갖고 싶어서건, 혹은 한 번 남자랑 해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건, 난 광대의 손가락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라도 괜찮았다. 그게 조슈아라는 녀석의 '의도'라면, 이번만큼은 그가 의도한 대로 선택하겠다.

  어젯밤 나는 제정신이었고, 지금도 제정신이다. 미쳤다고 믿고는 싶지만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다.

 

전체 댓글 :
3
  • 티치엘
    네냐플 £치카
    2008.06.03
    우아 막조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플이지만 아무래도 막보가 끌린다능[어쨌든 잘봤습니다!
  • 조슈아
    네냐플 하현비
    2008.05.14
    옙 ... 고맙습니다☆ 뭐 , 개인 취향 []
  • 란지에
    네냐플 테로어드
    2008.05.13
    으음..잘읽었습니다 ~ 이건..조군이 여화 버전이군요 쿸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