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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붉은 달, 그리고 나 ##001

네냐플 벨군。 2007-11-29 16:32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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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어째 굉장히 늦어져버린 2편입니다<요녀석

 

 보리스는 드디어 자기앞에서 생글생글 웃고있는 녀석들의 면전을 가격하고 싶어졌다. 옆에 산더미같이 쌓인 선물상자는 무엇이고, 그 중 한개에만 선물이 들어있다니. 놀리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한마디로 미치겠다.

 

"빨리 풀어봐-"

 

참자 참아, 난 저녀석의 호위무사다.

 

"굼벵이같이 느려터져서는. 그거 하나 제대로 못푸냐?"

 

저 바퀴벌레가 어디다 대고 막말질이야. 지금은 루시안 앞이라서 봐주는데 너 나중에 적절히 이 악물어라.

 

"보리스 좀만 더 풀면 돼. 힘 내."

 

그래, 이스핀. 너만 내편이다, 라는 둥 마음속의 말을 현실로 옮기지 않기 위해 죽어라 고생하는 보리스. 드디어 한 상자 남았다.

 

"너도 참 운도 없다. 하필 마지막 상자냐?"

 

보리스는 막시민을 한번 흘겨보더니 천천히 선물의 포장을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어라, 잠깐만. 우리가 저런 포장지 준비한적 있었나?"

 

"에에엑-?!"

 

루시안이 말을 끝마쳤을때 이미 보리스는 상자에서 막 선물을 꺼내던 중이었다.

 

"루시안, 이거 네가 보낸거야?"

보리스의 손에 들려있는건 작은 꼭두각시 인형. 보리스를 꼭 닮은 외모에 등쪽에 실이 달린 마리오네트였다.

 

"우웅... 난 저런 기분나쁜건 안보내. 내가 보낸건 그냥 곰인형이었는데?"

 

"가져오다가 중간에 다른거랑 섞였나**."

 

한참이나 마리오네트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보리스가 뒤에 달려있는 조종실로 손을 뻗었다. 사방은 깜깜해졌다. 마치 검은 먹물을 뿌린것같은 적막함. 그렇게 번져나가듯 암흑으로 변해갔다. 붉은 점이 나타났다. 아마도 구슬같은, 둥글고 빛나는 점. 그것은 큰 획을 그리며 태양으로 변했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주위는 이미 해질녘. 여관의 휴게실은 사라지고 작은 성의 앞에 서있었다. 고향, 롱고르드 성에.

 

"루시안, 거기 있어?"

 

"막시민- 장난치지 말고 빨리 나와-"

 

"이스핀?"

 

아무도 없었다. 이미 사람이 살지 못할 흉가로 변해버린 자신의 고향 폐허에서 보리스는 계단에 주저앉아 버렸다. 삭아서 부서질듯 보였던 계단이 보리스를 지탱해주었다. 해를 등지고 서서 까맣게 보이는 나무는 죽은듯 말라있었다. 까마귀가 날았다. 니들그래스는 시들어 가루로 변한지 오래. 보리스가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눈물이 새어나왔다. 아무 소리도 흐느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고, 방울져 떨어졌다. 저택의 문 앞에서 혼자 울고있었다.

 

"...보리스"

 

형의 목소리. 그토록 기다리던 형의 목소리. 하지만 지금은 거짓인듯 흩어져 사라졌다.

 

"보리스-"

 

"숯가마"

 

"보리스"

 

"보리스

 

"보리스"

 

수많은 목소리가 교차되어 지나간다. 아아, 아마 이건 환청이겠지. 눈앞의 태양이 사라졌다. 자신이 앉아있던 곳은 어느새 눈덮인 숲으로 변해있었다. 하얀 숲에 하얀 눈이 내려 하얀 달빛이 부서져갔다. 눈이 따가워졌다. 보리스는 소매로 눈가를 닦아냈다. 우선 이렇게 앉아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벌떡 일어났다.

 

눈앞에는 여관의 깨끗한 벽지가 보였다. 보리스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둘의 이마가 사정없이 부딪혀버린 듯 이마를 감싸쥐는 루시안도 보였다. 한마디로 [개꿈]이었다.

 

"내가 깜빡 잠들어버렸나?"

 

"갑자기 네가 쓰러져있길래 얼마나 놀랬는데- 얼굴도 창백해서는. 병원까지 막시민이 너 업고 달려갔었다니까?"

 

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몸을 일으켰다.

 

"아 맞다, 그 인형은?"

 

"아, 그 곰인형? 책상 위에 올려놨어."

 

"아니, 그거 말고 내 생일선물로 받은 마리오네트 말야."

 

"에에? 그런 선물은 준적 없는데? 혹시 잘못본거 아냐?"

 

 

"그...런가?"

 

뭔가 이상했다. 분명이 날 닮은 인형이었는데? 보리스는 고개를 내젓고는 자신이 헛걸 봤겠지, 라며 합리화 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한 기분은 떨쳐지지 않았다.

 

 

 

 

 

어이쿠 여기까지 보신 분들 제가 안약값은 못내드립니다[싸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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