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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벌의 시작>
시에르와 사부 은혈은 만나자마나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반나절을 꼬박 이야기했지만 이야기는 줄어들 줄을 몰랐고, 둘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가실 때가 없었다. 이야기가 멈춘 것은 시에르가 지쳤다는 듯 한숨을 쉬고 나서였다.
“후, 계속 말하는 것도 힘들군요. 조금 쉬다 하죠.”
“그럴까? 하긴. 벌써 12시간 넘게 말한 것 같군.”
“어떤 제 친구는 6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더니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더군요.”
“그래? 하하하.”
그 말에 둘은 호탕하게 웃었다.
“잠시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나 하지.”
은혈의 제안에 시에르 역시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오염 때문에 이곳의 기의 분포가 희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집 안보다는 바깥이 훨씬 공기가 맑았다. 이것은 보통사람들도 차이를 몸으로 느낄 만큼 확실한 것이였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 집안 공기는 맑고 깨끗한 대륙에서 살다 온 시에르에게는 견디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밖으로 나온 둘은 역시 가볍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재잘거리지는 않을 뿐, 둘이서 나와 놓고 아무 얘기 없이 그저 걷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꼴불견이리라.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은혈이였다.
“그런데 넌 앞으로 뭘 할 생각이냐?”
“저요? 글쎄요. 수련이야 기본적인 거고, 그 외에 특별하게 할 일도 없는데요? 별달리 고수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이곳에 고수가 있을 턱이 없었다. 은혈을 만난 것만 해도 기적 그 자체였으니까. 은혈 역시 그럴 것 같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를 도와주지 않겠나?”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깜짝 놀라 반문하던 시에르는 은혈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은혈의 눈에서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만 해도 불쾌하다는 그런 감정이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온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시에르는 일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사부의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받는 기분은 보통이 아니였다.
“사, 사부님이 도움을 청하시다니 도데체 뭡니까?”
더듬거리는 말투를 간신히 진정시키며 시에르가 물었다. 은혈은 얼굴 표정은 그대로 한 채 고개만 돌려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왜놈들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왜, 왜놈들?”
시에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시에르가 왜놈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시에르가 알기로는 중원 부근에서 가장 후진국이였던 왜의 호전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힘은 없으면서도 전쟁을 좋아하고, 전쟁에 미친 듯 준비해서 결국에는 고려의 다음 나라였었다는 조선이란 나라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별 짓을 다하는구나 싶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최종 목표는 중원-그 당시에는 명나라-이였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였다. 솔직히 화가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그리고 단정적으로 말해서 하나의 나라라는 것이 단 몇 명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니였던 것이다. 많은 면에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많았지만 은혈의 눈을 봐서 차마 시에르는 그러한 생각을 꺼낼 수가 없었다.
“복수라니, 정확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설마 아예 멸(滅)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 맞다. 씨를 말리지는 못하더라고 왜놈들이 살고 있는 저 나라를 저렇게 놔둘 생각은 결코 없다. 어짜피 이쪽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왜놈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 어느정도 분해만 시켜놔도 다른 놈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였다. 시에르도 성원이 일본에 대해서 기분나빠 하는 모습을 여러번 본 적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킬 생각을 하시다니······.”
‘도데체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는 못했다. 시에르 역시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중원의 무사. 무사에게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 능력은 하나의 생존수단이다. 은혈의 일이 은혈 자신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기 조차 싫을만큼 슬픈 일이라는 것 정도야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물론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힘든 일이며, 위험한 일이니까.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뇨. 하겠습니다.”
시에르는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어짜피 조금 극적으로 말하자면 시에르는 살 만큼 살았고 많은 일들을 경험할 만큼 경험했었다. 게다가 자신의 제일가는 은인인 은혈의 부탁이라면 불구덩이에 뛰어들어가는 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은혈이 위험한 일을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옆에 있고 도와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였다.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따로 물어봐야겠군.’
시에르가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은혈의 행동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얘기였다. 몇 백년이나 떨어져 있었던 은혈에게 있었던 일들을 시에르는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시에르가 알고 있는 몇 백년전 일들로 현재의 이 분노를 설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재미있겠군요. 여기 살면서 별달리 싸워본적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은 왜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던데요.”
“아마도 그럴 거다. 옛날부터 왜놈들과는 마찰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시에르는 그리 자세히 모르지만, 은혈은 책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역사적인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고, 또 왜곡되어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 진실을 알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었다.
이곳은 매우 음산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집으로 보이나, 그 가운데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풍겨져나오고 있었다. 도저히 이 세계에서는 뿜어져나올만한 기운이 아니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 마법이였기 때문이다. 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실을 가득 메울 만한 마법진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은 바로 은혈의 집이였다. 조금 작기는 했으나 그래도 집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이 세계에 적응하는데 바빠 대충 방만 하나 잡은 정도의 시에르와는 달리 완벽하게 이쪽을 알고 있는 은혈은 돈을 모아 그럴듯한 집을 장만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2명의 남자가 잇었다. 물론 시에르와 은혈이였다.
“이, 이건······.”
“너도 그런쪽에 갔다왔다면 알고 있을터. 이것은 바로 마법진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또 다른 마법을 걸어놓았지.”
“마법도 쓸줄 아셨습니까?”
“글세, 이것도 그 마왕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 잡힌 뒤로 생긴 능력이다. 나는 검술까지 빼먹어가면서 이것을 연습했지.”
시에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을 하면서도 은혈은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그는 이미 검 하나에 목숨을 건 무림인이였기 때문에, 무공 수련을 빼먹으면서까지 마법을 연습했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그것은 마왕이 시킨 일이였다. 이미 은혈의 뇌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마왕이 은연중 은혈이 마법 수련을 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으면서도 마법 수련을 하게되었고, 막상 한 후에는 계속해서 후회가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건 왜 만들어놓으신 겁니까?”
“이건 일본 정벌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이지.”
“마법의 힘을 이용하시려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이런 곳에 마법진을 그려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지요?”
“흠흠. 그것이······.”
은혈의 설명은 대략 이랬다. 그는 지금까지 무공과 더불어 마법을 수련해 대략 7클래스 익스퍼트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몇백년이나 수련한 것 치고는 낮은 클래스인데, 그것은 원래 은혈이 마법에는 그리 재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또 보통 사람이라면 거의 죽어갈 나이에 마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법은 본래 10세 전부터 마나를 배우고 느껴야만 제대로 대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정도도 마왕의 은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러나 7클래스 익스퍼트라면 인간 중에서는 누구도 무시못할 실력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법진은 공간 이동을 하기 위한 것이였다. 아무리 7클래스 마법사라고는 해도 공간 이동을 위해서는 마법진이 필요하고, 마법진을 그리는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번 일본 정벌은 일본이 모르는 틈을 타서 엄청난 타격을 입혀야만 한다. 알아챌 경우 하나의 나라를 겨우 2명이서 어쩔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활동하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달려서 도망치면 흔적이 남을 우려가 있었다. 이 마법진은 이미 마나로서 은혈과 연결되어 있었다. 같은 네트워크 상에 있는 컴퓨터가 서로 계속 연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언제나 은혈이 맘만 먹으면 이곳에 있는 마법진으로 바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마법을 쓴 흔적은 역시 마나의 파동이나 마법진인데, 마법진은 이곳에 있고, 이곳 사람들이 마나의 파동을 느낄리 없으니 상관없었다. 또 비상시에는 이곳에 있는 방대한 마나를 뽑아 쓸 수도 있었다.
“몇 십년동안 모은 것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이곳에는 마나가 거의 없어서 재빠르게 마법을 쓰기도 힘들더군.”
시에르는 은혈의 설명을 듣고 감탄을 연발했다.
“정말 철두철미하시군요.”
“뭘 이정도로. 사실은 나 혼자할 생각이였으니까. 자, 이젠 든든한 조원자도 생겼으니 가볼까?”
“가다뇨? 지금 당장 말입니까? 어떻게 가실 생각이십니까? 비행기로?”
시에르의 철없는 질문에 은혈은 혀를 끌끌 찼다. 시에르도 나이로는 지긋지긋한 노인이였지만 은혈에게는 하룻강아지고, 샛병아리였다.
“나이는 도데체 왜 먹는 것이냐? 이미 그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해뒀다. 물론 가는 곳의 좌표는 언제가 같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게 해놨기 때문에 안전은 걱정할 것 없다.”
“아, 그, 그렇군요.”
시에르가 겸연쩍게 대답했다.
“자 와라.”
은혈이 먼저 마법진에 올랐다. 시에르가 따라갔다. 마법진은 끊임없이 주위에서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법진의 영역에 올라가자 엄청난 기운이 시에르의 주위를 압박해왔다. 꼭 깊은 물속에서 느끼는 수압처럼. 시에르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마법진의 중앙까지 왔다.
“그럼 간다.”
시에르는 다시한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하나의 나라를 멸할 생각을 하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정벌의 주역인 은혈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멸시의 세상에서 구해주고, 무공을 전수해주고, 보살펴준 은혈에 대한 시에르의 신뢰는 거의 절대적이였다.
‘후후, 벌써 피가 끓는 것 같군. 싸그리 죽이는 일이라는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시에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두 남자는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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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음에 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저'랍니다! (ㅈㅅ...)
아싸! 드디어 성사되었습니다. 언젠가 꼭 제 소설의 주인공한테 일본을 콱 밟아버리라고 하고 싶었거
든요. 이제 된 거죠. (후후. 놈들 기다려라.)
일본 정벌을 떠난 시에르와 은혈! 과연 어떤 방법을 써서 원숭이들을 괴롭혀 줄 것인가! 앞으로 기대
해주세요! 저로서로 기대중입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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