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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만남>
시에르는 오늘 기분이 이상했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 같기도 한 모호한 기분이 하루종일 시에르를 사로잡았다. 꼭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 왠지 가슴이 뛰었다. 자기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놀라운 일을 하게 될 것만 같은. 하지만 느낌은 느낌일 뿐. 시에르는 고개를 저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면서 모텔의 방으로 돌아왔다. 주인아저씨는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서 시에르는 벌렁 드러누웠다. 요즘은 무공(武功)에 진전이 있지도 않고, 운기조식도 하기가 싫었다.
“에휴······. 내가 왜 이러지?”
드러누워서 잠이나 자려고 하는 찰나에, 미세한 움직임이 시에르의 감각에 포착되었다. 범인이라면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매우 미세한 느낌이지만 시에르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시에르는 급히 일어나서 기(氣)를 끌어올리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몸을 감추는 특별한 기술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소수나마 무공이 전해지고 있는 것인가?’
“누구냐? 정체를 밝히고 나와라!”
하지만 상대는 결코 나올 기미가 없었다. 시에르는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아까 잠깐 상대의 존재를 눈치챈 후로는 상대의 위치나 살기 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은 상대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등에 땀 한줄기가 흘렀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 판단이 맞는 것 같구나.”
시에르가 보고 있는 반대쪽. 시에르는 깜짝 놀라면서 뒤로 재빨리 돌아보았다. 등 뒤로 이목을 완벽하게 속이며 움직일 수 있는 상대. 상대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자신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을 확률이 높았다. 시에르는 순간 굳어버렸다. 공격할 수도 없었고, 오히려 하는 것이 바보같은 짓이였다. 만면에 미소를 띄면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보니 해할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네놈은 누구······ 헉!”
상대를 쏘아붙이려던 시에르는 놀라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상대의 얼굴이 자신이 익히 아는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저 미소는 잊으려해도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처음 본 미소가 저것 이였으니까.
“사, 사부님?”
시에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의 미소에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한 놈이구나.”
시에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 사부를 껴않아 버렸다. 사부는 일순간 당황한 것 같았다.
“정말 여리구나. 마교놈 치고는.”
혈황마주(血皇魔主) 은혈(銀穴)! 그것이 그의 이름이였다. 전 마교의 교주(敎主)였던 자. 지위만큼이나 그의 능력은 물론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시에르에게는 은인이였다. 사부이며 아버지처럼 따르는 자였다.
처음 시에르가 마교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동료나 마교인들로부터 멸시받아 왔었다.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자질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그 자질이 철저히 장파인들이 사용하는 정순한 내공에 맞추어져 있었다는데 있었다. 혈맥(血脈)과 단전에 있어서 누가 보아도 자질이 뛰어났었지만 도데체 무슨 문제인지 시에르는 패도적인 마기(魔氣)만은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당시는 하필 정사대전이 있었던 때라 마도인들의 정파에 대한 분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고, 때문에 시에르에게 맞는 정순한 내공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고된 훈련을 받을 때 시에르는 가만히 틀어박혀 지냈고, 쓸모가 없었던 시에르는 감금과 같은 생활을 했었다. 그 때 그를 받아주었던 것이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 은혈이였다.
정사대전에서 절정고수의 부족으로 무사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실력 가졌음에도 쓰라린 패배를 맞보았던 그는 자질이 있는 자라면 무조건 신경써서 훈련시켰고, 원래 처음에는 정파쪽 인물이였기 때문에 시에르를 별로 경멸하지도 않았다. 천성이였던 뛰어난 자질 때문에, 또 정순한 내공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은혈의 눈에 들어왔던 시에르는 특별히 은혈의 곁에서 배울 수 있었다. 교주 은혈이 직접 추진했던 일이고, 명분 자체는 은혈의 시종이였기 때문에 다른 부교주나 장로들도 별달리 반대할 수 없었다. 의외로 은혈은 시에르를 정말로 아끼면서 친절하게 정파의 무공을 가르쳐주었고, 그런 그는 시에르에게 평생의 은인이였던 것이다.
“흐흐흑······.”
흐느끼는 시에르를 은혈은 달래고 또 달랬다. 간신이 떨어진 두 사람은 사로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두 사람은 눈이 빛나고 있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네가 하는걸 보니 그런 모양이더구나.”
그 말에 시에르는 얼굴을 붉혔다. 무사로써 눈물을 흘렸던 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은혈은 그 모습을 보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놀랍구나. 너도 죽지 않았다니.”
“예? 그렇다면 사부님은 지금까지 계속 살아오셨단 말입니까? 천 년도 넘게?”
“그렇다. 이젠 기억이 나지 않는군. 아마 내가 천 하고도 300살은 되었을거다. 너는?”
시에르는 놀라면서 사부 은혈을 바라보았다. 은혈은 의아한 눈빛이였다.
“그렇게 놀랍더냐? 너도 이렇게 살아있지 않느냐?”
“하, 하지만 저는 채 백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의아해하는 은혈에서 시에르는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알수 없는 차원이동이라는 마법을 2번이나 경험한 것까지 모두. 물론 은혈에게는 놀라운 일이였다.
“하긴. 나도 기이한 경험을 했는데 그런 일이라고 없을리 없지.”
“그럼 사부님께서는 어떻게 지금까지 사셨습니까?”
“그게 말이지.”
은혈 역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시에르가 대륙 쪽으로 건너간 후에 은혈에게는 놀라운 일이 하나 있었다. 은혈에게 한 사람이 찾아온 것인데, 그 사람 역시 다른 차원의 사람이였던 것. 그 사람 역시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다.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손에서 불덩이와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내서 던지기도 했는데 그것 한번에 뛰어난 마교의 무사들이 몇십 명씩 죽어나갔다. 결국 은혈이 직접 나서야 했고, 그자는 그 때서야 정체를 밝혔다고 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마왕(魔王)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말한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해.”
“아마 마왕이라는 녀석이 맞을 겁니다. 그녀석은 정말 엄청납니다. 그 놈이 한번 강림했다고 하면 제가 있었던 대륙 전체가 난리가 났었을 정도니까요.”
“그, 그럼 네가 갔던 대륙에 마왕이란 놈이 있었다는 건가?”
“네. 그곳에는 마법사라는 존재 역시 많이 있습니다. 마왕은 마계(魔界)라는 또 다른 차원의 왕이라고 생각하지면 됩니다. 힘은 그 혼자로도 상상을 초월하지요. 마교 전체와 싸워도 결코 지지 않을 겁니다.”
시에르의 말에 은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자가 몇천을 넘는 무사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 때에 멈췄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마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 자에게 당한 것은 대부분 처리를 위해 나섰던 초마급 이상의 고수들이였다.
“그런데 그 녀석이 마교에 별다른 짓은 안했습니까?”
“그래. 녀석은 대신 나를 원하더군. 나를 본 순간부터 말이야.”
“사, 사부님을요? 도데체 어떻게? 목숨을 말입니까?”
“아니, 자신에게 복종하라고 하던데? 영혼을 바치라고 말했어. 그러면 대신 엄청난 힘을 주겠다고 말이야. 물론 그 당시에는 믿을 수 없었지. 다만 그대로 있었으면 완전히 마교를 박살낼 태세였기 때문에 목숨을 바치더라도 일단 마교를 구하자는 생각이였다. 그런데 의외로 목숨은 무사했고 힘도 얻었지.”
은혈의 말에 따르면, 그 자는 은혈을 데리고 마교의 본거지 십만대산을 나와서, 아무도 없는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괴한 약품과 물건들을 가지고 이상한 의식을 행하였다. 먼저 사람의 해골바가지에 물을 넣고, 그곳에 죽은 개구리를 넣고서는 내공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게 마나였던 모양인데, 그 양이 얼마나 컷는지 은혈도 몸을 떨었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이상한 약품을 넣은 후 다시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완전히 물이 시커멓게 변했고 은혈에게 그것을 마실것을 요구했다. 은혈은 어쩔 수 없이 메스꺼움을 참으며 마셨고, 모두 마시자 그 자가 시에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고 한다. 도데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 때부터 근 하루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 자가 무슨 기괴한 술법(術法)을 써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자 그 자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남기며 사라졌고, 고통에 기절해버린 은혈이 깨어나자 정말로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넌 무엇인지 알겠나? 대륙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있나?”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같은 일들은 시에르가 있었던 대륙에서는 많이 있었던 일들이다. 바로 마법을 배운 자가 마왕과의 계약을 통해 흑마법사로 거듭나는 의식이다. 물론 마왕이 직접 나타나서 행한 만큼 다른 점도 있었다. 원래 계약을 하여 흑마법사가 된 이후 달라지는 것은 사실 어둠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 하지만 사실 그건 마공을 익힐 때 몸에 쌓는 마기와 비슷했고, 은혈에게 그것은 별다른 변화가 되지 못했다. 다른 점은 마왕이 직접 마나를 주입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힘이 증가했다는 것 뿐.
“그리고 불멸(不滅)의 몸이 되었지.”
그것은 은혈이 리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흑마법사와는 다른 존재이다. 흑마법사가 영원히 마법을 연구하기 위해 택하는 리치는 영혼을 한 그릇에 담아놓기 때문에 목이 잘리고 뇌가 바스라쳐도 죽지 않는다. 물론 몸을 회복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여기서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 그런 리치를 은혈은 자의(自意)가 아닌 타의(他意)로 행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은혈의 영혼 그릇은 현재 마왕과 함께 마계로 가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마왕이 아닌 한 이곳에서 은혈이 죽을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흑마법사가 되는 의식으로 은혈은 리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은혈도 시에르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리치가 되면 영원히 살 수 있지만, 대신 마왕에게 뼛속까지 복종해야 하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예외가 아니였다. 자신의 친족들을 죽이라고 명령해도, 자기 심장을 뽑아 자살하라고 명령해도 리치가 된 이상 절대로 그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은혈은 모르고 있었지만, 마왕이 직접 리치를 만들었다는 것을 봐도 적어도 은혈을 가만히 둘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불멸의 몸을 가졌다는 것이 은혈에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였다.
“그랬었군요. 이거 참 신기하네요. 사제가 모두 이런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다니.”
“그것도 그렇구나.”
이렇게 서로 헤어진 줄만 알았던 두 사제는 먼 미래라 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둘은 밤새도록 담소를 나누었고 날이 새는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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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말 힘들기 그지없습니다.
먼저 독자 여러분들께(있긴 있나?)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저 자신 부터가 꼭 연재기간을 지켜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이렇게 늦게 되다니... 사실 요즘 방학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먼저 얘기를 했어야 하는건데...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연재가 늦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개학하면 시간이 더욱 없을테니(시험기간에는 정말 절망입
니다.).
6일에 한번씩은 되야 안정적으로 연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동안 연락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
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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