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나야트레이
베스트

이세상의끝 -1

네냐플 루엔、 2007-08-12 18:33 1349
루엔、님의 작성글 5 신고
아늑한 따뜻한 그 시기는 우리는 '봄'이라고 부른다. 그 시기에는 생명이 태어나는 시기이다. 겨울에 떨어진 나무가지의 잎들은 다시금 봄의요정에 의해서 솓아나게 된다. 겨울잠을 자던 동굴 속의 깊은 동물들도 요정의 노래를 듣고 깨어나기 마련이다. 그 요정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그 요정을 인간의 입에 담기엔 너무나도 과분한 존재이다. 모든 걸 1년전 풍경으로 다시 창조해낸 아주 기특하고도 신비한 요정이었기 때문이였다.

 요정은 인간들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어느 새 인가 마법을 부렸다. 그 결과물은 처음엔 매우 작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워 진다. 그것들은 모든 세상의 이치였다. 작은 잡초와 새싹, 새로운 생명에 의한 개미 한 마리라도 요정의 손을 거친 뒤에 훌륭하게 자라서 자신이 맡은 일들을 잘 해나간다. 당연한 이치지만 너무나도 멋진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 짧은 시기에도 요정에게 시련은 주어진다. 새로 태어난 생명에게 검은색의 어두운 비를 맞게 하면 안된다는 것 이였다. 신은 요정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렸고 요정은 신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그 명령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저기 몰려오는 기분나쁜 기체를 향해 몸을 벌려 차가운 검은 비를 새싹들을 위해서 대신 맞아주어야만 했다. 몸에 오한의 전율을 느낄정도로 그것은 견디기 어려움이였다. 검은 어둠을 빨아 들이고선 요정은 맑은물을 토해냈다. 그 물은 너무나도 투명한 비가 되어서 새싹들의 뺨을 부드럽게 닦아낸다. 새싹들은 그 물을 흡수해서 튼튼하고 초록빛으로 자라났지만, 봄의 요정은 검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라진 그 후로 1년, 그후로 2년, 그 다음 해, 그다음 봄, 그다음 따뜻한 시기. 신기하게도 봄의 요정은 다시 나타나고, 창조하고, 지켜주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그렇다. 그 일생은 요정의 반복하는 운명 일지도 모른다.

 

 이스핀은 그 비극적인 요정의 일생을 알고있었다. 다른 그 누구는 이 불쌍한 요정의 인생을 몰라주었다.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요정은 인간의 눈을 피해다니기 때문이다. 요정이 인간의 두 눈에 보인다면 그건 약간 이상한 풍경이 될 듯 했다.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날개달린 작은 요정이라니 머리속으론 도저히 말이 안돼는 이론이였다. 그렇기에 요정은 인간의 눈에 보이진 않는다고 이스핀은 생각했다. 약간 이상한 억지였긴 했지만 틀린 말도 아니였다.

 이스핀이 어떻게 해서 요정의 비밀스러운 일생을 알아냈을까, 그건 이스핀은 어릴적부터 꿈에 나오는 그 요정이 자신에게 몰래 그 일생을 알리려는 것에서부터 알게되었다. 매 해의 봄마다 그 요정을 꿈속에서 보았지만 불행하게도 항상 꿈에서 깨면 그 요정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였다. 매년마다 꾸는 꿈인데 어떻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흐리멍텅한 기억에 자신의 기억력을 탓했다. 꿈 속 세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게 아니었지만 이스핀은 그 요정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는게 너무나도 분통했다. 하지만 그 손짓만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검은비를 온몸으로 막았을 때의 그 부들부들 떨던 손, 새롭게 자라난 새싹을 사랑스럽게 만지던 손. 모든 감각들을 살려서 그것만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요정의 모습만은 기억해내지 못하는 건지 그녀도 알턱이 없다.

 이스핀은 앉아서 잠시 그 불쌍한 요정의 일생을 생각했다. 매 봄이면 그 가련한 존재를 생각하며 슬퍼했다. 남들에게는 활기가 넘치는 봄이였지만 이스핀에게는 그다지 활기차지 않는 그저 슬픈날의 봄이였다. 몸도 따뜻해지고, 새로운 연두색의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 이 시기에 지금 요정은 뭘 하고 있을까, 새로운 생명들의 상태를 하나하나 보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잠시 호숫가에 앉아선 자신이 창조한 생명들을 지켜보며 씨익 웃고 있기라도 할까?

 지금 이스핀이 요정이 뭘 하고 있는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저 상상을 하며 그 이미지를 그리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샤를,"

 

 

 

 달콤한 상상에 젖어 요정을 그리고 있는 이스핀을 단번에 깨운것은 막시민이였다. 열려있는 문틈에서 기대어 막시민은 이스핀을 노려보았다. 여관에서 옷을 갈아입고 밑층에서 만나기로 할 시각이 5분이나 지났기 때문이였다. 막시민은 이스핀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의뢰시간에 더 늦기 전에 이스핀을 데리러 온 것이였다. 보아하니 이스핀은 의뢰를 하기위한 복장이 다 갖춰저 있었고 그저 의자에 멍청하게 앉아있을 뿐이였다. 이스핀은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꿈에서나 보는 요정을 상상한 것이였는데 그 상상이 약간 길어졌다는 것을 막시민을 본 뒤에 깨달았다.

 

 

 

 "미안, 막시민."

 

 

 

 이스핀은 짧게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 뜻은 '별로 상관없어'. 그는 뒤를 돌아서선 빨리 계단을 내려가자는 손짓을 했다. 이스핀은 그 손짓을 따라갔다.

 

 

 

"뭐야, 그렇게 멍청하게 있을거면 같이 옷갈아 입자고 했잖아."

 

 

 

 그는 이스핀이 여자라는 것을 몰랐다. 막시민의 이스핀이라면 그저 두뇌가 빨리 돌아가는 영리한 파트너였다. 그 영리한 두뇌로 안풀리던 사건도 재빠리게 해치워 버렸다. 같이 있으면 꽤나 편리한 녀석이였고, 여자에게도 인기가 좋은 녀석이였기 때문에 파트너 그 이상으로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파트너로서 그저 친해지기 위해서 옷을 갈아 입자는데 그걸 피하다니, 이스핀은 약간 까칠하게 보였다.

 이스핀은 그 말에 바로 받아쳤다.

 

 

 

 "미안하지만, 사양하지."

 "원, 까칠해서야."

 

 

 

 막시민은 투덜거렸다. 저 곱상하게 뒤를 따라오는 저 녀석은 몰락귀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치고는 꽤나 얼굴도 여자처럼 생겼고, 피부도 우유빛 피부였다. 이 근처의 그런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귀족이란 이미지가 이스핀에게 맞아 떨어졌고, 독특한 제복에 꽤나 비싸보이는 모자까지. 이스핀은 꽤나 비싸보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망할 귀족따위가 이런 누추한 의뢰따위는 한다는것은 말도안됐다. 머리가 돌았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위험하게 하는 이 일은 귀족이 할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몰락귀족의 자식이였지만 먹고살기위함이 아닐까하는 결론을 자신도 모르게 내본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닐수도 있다는 결론은 수도없이 많이 내봤다.

 그들은 여관을 나서서 꽤나 걸었다. 걷는동안은 까칠한 농담 한마디씩 옮겨갔고, 그 농담에 대한 응징의 말도 꽤나 자주 오고가는 편이였다. 농담을 하면서 걸으니 어느 새 인가 의뢰의 시작장소에 도착했다. 걸음이 빠른건지 시간이 빨리간 것인지 이스핀은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머리를 흔들며 가벼운 문제를 지웠다.

 그들이 도착한 의뢰의 시작장소는 숲이였다. 도시 외각의 '작지않고 약간 큰'정도의 크키의 숲이였다. 이 숲에서 할 의뢰의 내용은 [없어진 어린아이 찾기]였다. 최근 그 아이를 봤다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돈을 받고 봤다는 장소에서부터 찾아야 할 일이었다. 그 장소는 바로 이숲. 외각의 숲이라서 이름따윈 없는 이 숲에서 조그만 아이를 찾아야 한다.

 그들은 약간 시작이 막막했지만 쉽게 생각했다. 어린애가 이 숲에서 크게 울어준다면 의뢰는 그 순간 끝이다. 기껏해봤자 이런 숲이니까 어린애라면 겁에질려 엉엉 울어버리겠지. 그렇다면 그들은 청각을 믿고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서 그 아이를 데려오면 되는 쉬운 생각이였다.

 

 

 "샤를, 그 애 어떻게 생겼더라?"

 "빼빼마르고, 멜빵바지에 모자를 쓴 노랑색 머리의 남자애였어, 이름은 레미."

 "역시 샤를이야."

 

 

 

 막시민은 요즘 이스핀을 샤를이라고 부르는 중이였다. 파트너 초반에는 이스핀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더니 그 호칭이 조금씩 변형되서 지금은 샤를이였다. 처음엔 이스핀, 그 다음은 계집애, 그 다음은 '야'란 한마디, 그 다음은 '핀', 그리고 샤를. 꽤나 많이 이스핀을 부를때의 호칭이 달라졌지만 '샤를'이라는 호칭도 사용한지 일주일이나 됐으니 바뀔때가 된거라고 이스핀은 생각했다.

 막시민은 잠시 이스핀을 째릿하고 보더니 "여기서부터 어떡하지."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그가 보내는 째릿한 눈빛은 버릇이였는데, 귀찮은 일이 일어났을때마다 이스핀에게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신호였다. 그 신호를 눈치챈건 2주일 정도 전이였다. 이스핀은 그 신호에 항상 자신도 째릿하고 답장을 보낸다. 뜻은 '싫어'.

 이스핀은 막시민의 신호에 째릿하고 답변을 보냈다. 막시민은 그 신호를 받자마자 뚱하고 작게 투덜거렸다. 막시민도 이스핀의 신호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이스핀은 막시민에게 말을 한마디 건냈다.

 

 

 

 "이름을 불러볼까?"

 "그러던지."

 "너도 같이해."

 "난 귀찮아."

 "그럼 돈을 못받아."

 "그러던지."

 

 

 

 그 신호에 삐진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막시민은 정말로 귀찮아 진 것이였다. 사실 의뢰자가 꼬맹이였기 때문에 돈이 제대로 굴러올지 굴러오지 않을지도 모를 상황이였다. 그런 신뢰가 가지않는 꼬맹이 의뢰자를 돕기 싫었지만 이스핀의 귀찮은 부탁에 이런 돈이 안굴러올 공짜의뢰를 해야 할 노릇에 귀찮지가 않는다는건 그로선 말이 안돼는 일이였다.

 

 

 

 "그럼 흩어져서 찾아보자."

 "너나 열심히 찾으세요, 샤를."

 "막시민, 상대가 꼬마지만 꼭 돈을 지불해서라도 찾고 싶다잖아."

 "그건 내가 알 바 아냐."

 

 

 

 울컥, 이스핀은 그 무책임 한 말에 잠시 머리가 띵해졌다. 그리고선 잠시 입을 꼭 깨물었다. 가슴에 무슨 활이라도 박힌걸까. 심장이 한 순간 빨리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상하는 것일까, 이대로 막시민에게 입을 열었다간 욕설이고 뭐고 뭐는 뱉어 낼 수 있을듯 싶었다. 그러기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맘...대로해.."

 "에엥, 그래. 내맘대로 할꺼에요. 샤를군."

 

 

 

 막시민은 편한 자세로 이스핀의 말을 장난어조로 계속 받아치고 있었다. 이스핀은 그 말을 듣고는 숲이 깊어지는 부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분이담긴 발걸음이 마음을 재촉했나보다, 그녀의 발걸음은 빨랐고 한순간 이스핀은 사라졌다.

 막시민은 뚱한 표정으로 '저녀석 뭐야,'라는 듯 이스핀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 왠 땅에 물방울이 떨어진 자국이 있었다.

 

 

 

"뭐야,"

 

 

 

 막시민은 물방을을 멀리서 그냥 뚫어저라 바라만 보았다. 아까보단 날씨가 안좋아 지긴 했지만 지금 이 곳에 비따윈 내리진 않는다. 아니 내린다면 풍경에 어긋나서 이상했다. 그리고 이 근처엔 이슬방울이 떨어질 그런 나뭇잎은 없었다. 설마, 이 두세방울은 눈물일까?

 

 

 

 ".....이스핀?"

 

 

 

 아아, 그 망할 자식. 또 막시민의 눈동자를 움찔거리게 했다. 막시민은 잠시 눈을 하늘쪽으로 옮겼다.

 

 

 

 "비가...오려나,"

 

 

 

 **맞을, 어느 새 하늘도 꽤나 어둑어둑 해졌다. 막시민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아예 풀숲사이에 드러누웠다. 그리곤 귀찮은 듯 눈을 감아버렸다.

 

 

 

"이젠 나도 모른다. 멍청아, 알아서 찾아오라구."

 

 

 

 

 

-

전체 댓글 :
5
  • 보리스
    네냐플 Wlnterter
    2009.05.16
    님하 글 진짜 잘쓰심
  • 티치엘
    네냐플 수박소녀oi
    2008.05.12
    루엔님...빨리오세여.....외롭...ㅠㅅㅠ
  • 루시안
    네냐플 키폰
    2008.04.11
    재미있네요.~! 건필하세요.
  • 밀라
    네냐플 삐루
    2008.01.17
    우옹 재밌어요/다음편도 고고싱~
  • 조슈아
    네냐플 0프린스0
    2008.01.16
    이거 다음 글도 써 주세요.재밌어요~~~^^
1